지방자치단체장들의 '얼굴 알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대다수 단체장들이 지역 특산물이나 투자유치 홍보 등을 이유로 내세워 공중파와 케이블TV에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잘 준비된 '단체장 마케팅'은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효과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당수 광고는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해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한 '얼굴 알리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단체장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은 지역 특산물이나 이벤트성 광고이다. 이완구 충남지사는 한우 브랜드와 서해바다의 수산물 등이 안전하고 신선하다는 내용으로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TV 방송 등에 모두 44회 출연했다. 광고비는 3억9000만원이 들어갔다.

안덕수 인천 강화군수는 CF에 출연해 강화섬쌀 등을 홍보 중이다. 작년 말 2개월 동안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에 CF를 방송한 데 이어 올해도 이를 방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안 군수 등이 출연한 강화군의 지상파TV 케이블TV 라디오 등의 광고 및 홍보건수는 무려 3791회에 달한다. 광고비는 모두 4억여원.

김복규 경북 의성군수도 올 상반기 5억원을 들여 사과 등의 영상물을 제작,TV 광고와 옥상 조명 광고로 활용키로 했다.

투자유치 광고는 광역단체장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5억원을 들여 작년 2월 라디오에 투자유치 관련 광고를 펼쳤다. 공중파 방송에 작년 6월 기업 유치와 바이오 박람회를 위한 홍보 광고도 실시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2억원을 들여 작년 두 달 동안 투자유치 TV 광고에 직접 출연했다. 오는 5월 중 7억5000만원을 들여 '빛고을 광주'를 테마로 자신이 직접 출연하는 지상파 광고도 계획하고 있다. 광주시는 특히 미국 맨해튼 32번가 전광판에도 관련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새만금특별법 발효를 앞두고 작년 초 새만금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투자 광고를 공중파 3사를 통해 방송했다. CF 제작비를 포함해 2억여원을 사용했으나 국책 사업인 새만금사업 관련 광고에 도비를 쓴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관보와 소식지가 현직 단체장의 홍보 매체로 전락한 지 오래다. 경남도의 경우 김태호 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20개 시 · 군의 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선거구에서 발행되는 도보와 시보,군보,소식지 등에 자신의 사진과 활동 상황을 실었다가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경기도 선관위도 최근 모 생활정보지가 김문수 경기도지사 사진과 함께 창간사를 게재한 혐의 등에 대해 김 지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한 경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단체장들이 이처럼 거액을 들여 자기 홍보에 열중하고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광주대 언론광고학부 임동욱 교수는 "단체장이 출연하는 광고는 기획 단계부터 해당 광고와 단체장의 행정철학 등이 얼마나 부합되느냐는 검토가 배제된 채 집행되는 게 관행"이라며 "광고 후 모니터링 등을 통해 광고 기법이 개선되는 피드백 과정도 없어 효과가 크지 않은 등 단체장 개인의 '얼굴 알리기'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충북 경실련 이두영 사무처장도 "단체장이 등장하는 홍보 영상광고는 사전선거 운동 성격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남발되지 않도록 엄격한 제한 규정을 마련해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백창현/부산=김태현/인천=김인완/광주=최성국/대구=신경원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