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개천의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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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미혼모의 아들이다. 친어머니는 그를 입양시키면서 양부모에게 어떻게든 대학 교육까지 시켜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양부모는 약속을 지켰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을 지켜보던 잡스는 6개월 만에 대학을 자퇴하고 온갖 고생 끝에 창업했다. 개천에서 용이 날 가능성은 언제 어디에나 있고 우리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문제는 그 확률이 갈수록 낮아진다는 것이다. 사실 예전엔 가난해도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었다.
야간고교를 나온 뒤 헌 책방에서 산 참고서로 공부,대학에 들어갔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수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중 · 고교 시절 학원은커녕 낡은 참고서에 다 떨어진 가방,무말랭이 반찬으로 견뎠다. 버스비가 없어 걷고 대학생활 대부분을 아르바이트로 버텼다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들이 개천의 용이 될 수 있었던 건 학교 공부만 해도 됐기 때문이다. 뿐이랴.참고서를 사주던 선생님,방과 후 교무실에 남아 모르는 걸 가르쳐주던 선생님도 있었다. 노력에 따른 신분 상승의 지표처럼 여겨지던 사법고시 역시 누가 더 많이 들고 파느냐의 차이에 불과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꿈을 심던 이들 개천의 용은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눈에 띄게 줄었다. 공부라는 게 한번 흥미를 잃으면 제자리를 찾기 어려운데 학교마다 선행학습을 당연시하고 대강 넘어가는 통에 사교육을 받지 못하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탓이다. 사정이 이런데 내신을 중시하다 보니 뒤늦게 정신 차려 다시 공부해도 사태를 역전시키기 어렵다.
게다가 대학 입학 후에도 있는 집에선 어학연수를 보낸다,자동차로 고시학원에 데려다준다 법석이고 없는 집 자식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간당 몇천원짜리 아르바이트에 매달린다. 결국 4년제 대학 출신(재학생 포함)이 아닌 사법고시 합격자는 2002년 이후 4명에 불과하다는 실정이다.
다행히 올부터 도입된 입학사정관제에 따라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고 한다. 개천의 용이 생겨날 수 없는 사회엔 희망이 없다. 입학사정관제가 개천의 용들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거니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무료수강 혜택을 주는 학원 또한 늘어났으면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야간고교를 나온 뒤 헌 책방에서 산 참고서로 공부,대학에 들어갔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수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중 · 고교 시절 학원은커녕 낡은 참고서에 다 떨어진 가방,무말랭이 반찬으로 견뎠다. 버스비가 없어 걷고 대학생활 대부분을 아르바이트로 버텼다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들이 개천의 용이 될 수 있었던 건 학교 공부만 해도 됐기 때문이다. 뿐이랴.참고서를 사주던 선생님,방과 후 교무실에 남아 모르는 걸 가르쳐주던 선생님도 있었다. 노력에 따른 신분 상승의 지표처럼 여겨지던 사법고시 역시 누가 더 많이 들고 파느냐의 차이에 불과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꿈을 심던 이들 개천의 용은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눈에 띄게 줄었다. 공부라는 게 한번 흥미를 잃으면 제자리를 찾기 어려운데 학교마다 선행학습을 당연시하고 대강 넘어가는 통에 사교육을 받지 못하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탓이다. 사정이 이런데 내신을 중시하다 보니 뒤늦게 정신 차려 다시 공부해도 사태를 역전시키기 어렵다.
게다가 대학 입학 후에도 있는 집에선 어학연수를 보낸다,자동차로 고시학원에 데려다준다 법석이고 없는 집 자식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간당 몇천원짜리 아르바이트에 매달린다. 결국 4년제 대학 출신(재학생 포함)이 아닌 사법고시 합격자는 2002년 이후 4명에 불과하다는 실정이다.
다행히 올부터 도입된 입학사정관제에 따라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고 한다. 개천의 용이 생겨날 수 없는 사회엔 희망이 없다. 입학사정관제가 개천의 용들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거니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무료수강 혜택을 주는 학원 또한 늘어났으면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