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천자칼럼] 개천의 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미혼모의 아들이다. 친어머니는 그를 입양시키면서 양부모에게 어떻게든 대학 교육까지 시켜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양부모는 약속을 지켰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을 지켜보던 잡스는 6개월 만에 대학을 자퇴하고 온갖 고생 끝에 창업했다. 개천에서 용이 날 가능성은 언제 어디에나 있고 우리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문제는 그 확률이 갈수록 낮아진다는 것이다. 사실 예전엔 가난해도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었다.

    야간고교를 나온 뒤 헌 책방에서 산 참고서로 공부,대학에 들어갔다는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수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중 · 고교 시절 학원은커녕 낡은 참고서에 다 떨어진 가방,무말랭이 반찬으로 견뎠다. 버스비가 없어 걷고 대학생활 대부분을 아르바이트로 버텼다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이들이 개천의 용이 될 수 있었던 건 학교 공부만 해도 됐기 때문이다. 뿐이랴.참고서를 사주던 선생님,방과 후 교무실에 남아 모르는 걸 가르쳐주던 선생님도 있었다. 노력에 따른 신분 상승의 지표처럼 여겨지던 사법고시 역시 누가 더 많이 들고 파느냐의 차이에 불과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꿈을 심던 이들 개천의 용은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눈에 띄게 줄었다. 공부라는 게 한번 흥미를 잃으면 제자리를 찾기 어려운데 학교마다 선행학습을 당연시하고 대강 넘어가는 통에 사교육을 받지 못하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탓이다. 사정이 이런데 내신을 중시하다 보니 뒤늦게 정신 차려 다시 공부해도 사태를 역전시키기 어렵다.

    게다가 대학 입학 후에도 있는 집에선 어학연수를 보낸다,자동차로 고시학원에 데려다준다 법석이고 없는 집 자식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간당 몇천원짜리 아르바이트에 매달린다. 결국 4년제 대학 출신(재학생 포함)이 아닌 사법고시 합격자는 2002년 이후 4명에 불과하다는 실정이다.

    다행히 올부터 도입된 입학사정관제에 따라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고 한다. 개천의 용이 생겨날 수 없는 사회엔 희망이 없다. 입학사정관제가 개천의 용들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거니와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무료수강 혜택을 주는 학원 또한 늘어났으면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윤혜준의 인문학과 경제] 석탄과 함께 부상하고 쇠퇴한 영국

      에너지를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국가 경제 발전의 가장 중요한 전제다. 이 명제를 배격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지구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간주하는 우리 시대에는 에너지가 저렴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단서도 달린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다소 역행하는 역사의 한 장면을 살펴본다. 남의 나라 옛이야기지만,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없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때는 17세기 후반, 장소는 네덜란드. 국명 자체가 ‘저지대’를 뜻하는 이 나라는 상습적 침수에 시달렸다. 그랬던 네덜란드는 어느덧 조선, 운송, 제조, 무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게 되었다. 스페인 왕실로부터의 독립 과정인 80년 전쟁(1568~1648년) 끝에 탄생한 네덜란드 공화국은 칼뱅주의 종교개혁에 기반해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정착시켰다. 우수한 선박 제조와 정확한 지도를 통해 동남아까지 무역망을 연결했고, 증권시장에서 민간 자금을 원활히 조달했다. 바다 건너 이웃 나라 영국은 이러한 네덜란드를 시샘하고 경계했다. 영국은 17세기에 무려 세 차례나 네덜란드와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말끔하게 승리하지 못했다. 두 번째 전쟁 중이던 1667년에는 네덜란드 해군이 영국 템스강 하구까지 침공해 군함들을 파괴하고 돌아갈 정도로, 적은 막강했다.그랬던 영국이 마침내 제조업 및 무역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안정된 에너지 공급이었다. 네덜란드에서 채취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토탄이었다. 토탄은 매장량도 많지 않고 수분이 섞여 있어 국내 산업의 양적 발전을 지원하기 어려웠다. 반

    2. 2

      [진달용의 디지털 한류 이야기] 알고리즘과 플랫폼 한류

      디지털 한류의 진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류는 그동안 영화, 드라마, K팝 등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와 웹툰, 스마트폰, e스포츠, 그리고 카카오 중심의 디지털 한류로 크게 분류돼 발전을 모색해 왔다. 최근 들어 한류는 대중문화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통해 더욱 다양하고 정교한 형태로 발전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과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한류는 물론 한류 자체의 지형도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중이다.디지털 한류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는 분야는 AI 한류다. AI가 한류 콘텐츠 생산을 주도하는 현상으로 AI는 이미 K팝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K팝 음악을 만드는 데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를 이용해 플레이브(Plave) 같은 버추얼 아이돌을 제작하고 있다. 스크린산업에서는 컴퓨터 그래픽(CG)이나 특수효과(VFX) 분야에서만 주로 사용되던 AI를 영화나 드라마 전 제작 과정에 사용하기 시작했다.디지털 한류에서 중요시되는 다른 분야는 알고리즘 한류다. 넷플릭스가 AI 알고리즘을 이용, 가입자들에게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한류 콘텐츠가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에서 AI 알고리즘을 통해 확대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한류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나, 글로벌 수용자들이 어떤 장르의 콘텐츠를 선호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콘텐츠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넷플릭스 등에서 사용되는 AI 알고리즘은 이제 한류의 생산과 배분, 그리고 소비 전 분야에 걸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디지털 한류에서 새롭게

    3. 3

      [MZ 톡톡] 불안을 빨리 확인하려는 세대와의 소통

      “교수님, 할 수 있는 검사 다 해주세요.”, “혹시 MRI 안 찍어봐도 될까요?”요즘 진료실에서 많이 듣는 말이다. 이때 환자 손에는 대개 휴대폰이 들려 있다. 증상 발생 이후 오랜 시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없이 검색하고 나서 진료실에 오는 환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정보를 얻고 싶어서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안심을 구하는 마음이 더 커졌을 것이다. 이후 잔뜩 걱정 어린 표정으로 외래에 내원해 가장 빠른 해결책처럼 보이는 것을 먼저 제시한다. “바로 검사부터 해주세요.”이런 환자 요구가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 같은 시대엔 너무 자연스럽다. 문제는 검색의 결과가 ‘확률’이 아니라 ‘자극’으로 정렬될 때가 많다는 점이다. 흔한 원인보다 무서운 원인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설명보다 확신이 먼저 만들어진다. 그렇게 쌓인 확신은 오히려 진료실 대화를 가로막는다. 환자는 이미 결론을 갖고 있고, 의사는 그 결론이 왜 맞지 않는지 맥락을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환자가 진짜 원하는 건 진단명이 아니라 확인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불안이 정당한지, 지금 안전한지 알고 싶어 한다. 불안할수록 그 검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검사는 분명 강력한 도구다. 필요한 순간엔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게 해주고 치료 방향을 정해준다. 다만 검사는 불안을 0으로 만드는 마법이 아니다. 검사 결과는 늘 ‘정상 혹은 비정상’ 둘 중 하나로만 딱 떨어지지 않는다. 모호한 소견이 나오기도 하고 지금 증상과 직접 관련 없는 작은 소견이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그 한 줄이 또 다른 검사로, 또 다른 검색으로, 또 다른 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