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주류사업을 인수한 롯데그룹이 내친김에 오비맥주 인수전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최근 오비맥주 인수를 위해 자문 증권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의 대주주인 인베브가 지난해 말 인수한 미국 안호이저부시의 인수 대금을 확보하기 위해 오비맥주 매각을 재추진함에 따라,롯데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롯데는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해 롯데쇼핑 등 계열사들을 동원,지난해부터 사채발행 등의 방법으로 대규모 자금마련에 나서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29일 20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했으며 롯데리아도 이달 내 3개월 만기 200억원의 기업어음(CP)를 발행한다.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롯데제과,롯데호텔,호남석유화학 등 롯데 계열사들은 채권 발행을 통해 1조7000억원 이상 자금을 마련했다. 이번에 롯데쇼핑의 2000억원을 합치면 2조원 가까운 금액이다. 두산의 주류사업 인수대금에 비해 3~4배 많은 액수다.

롯데가 오비맥주를 인수하게 되면 위스키(스카치블루)와 소주(처음처럼)에 이어 맥주까지 아우르는 주류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할 있게 된다. 롯데는 현재 맥주의 경우 아사히맥주 수입판매만 하고 있다.

따라서 롯데가 최근 두산 주류사업에 이어 오비맥주까지 인수할 경우 하이트-진로그룹이 주도하는 주류시장에 판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베브가 100% 지분을 보유한 오비맥주는 하이트에 이어 국내 2위의 맥주업체로 4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롯데와 함께 오비맥주 인수전에는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일본 맥주업체 기린,하이네켄 등도 뛰어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투자펀드인 블랙스톤과 칼라일,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오크지프 캐피탈 등도 오비맥주 인수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대금은 글로벌 금융시장 악화와 경기침체 등을 고려해도 2조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비맥주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인 에비타(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를 빼기 전 이익)가 연간 2040억원(2007년기준)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