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학의 역사에서 '마케팅' 개념의 등장은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이었다. 생산자 관점에서 벗어나 소비자 관점으로 기업 경영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위대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일찌감치 기업의 존재 이유를 고객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로 상징되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그들로부터 가격에 해당하는 돈을 받기 때문이다. 고객을 무시하고 번영한 기업은 지금껏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강력했던 기업이라도 고객으로부터 버림받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것이 지금까지의 기업 역사였다.

그럼에도 고객은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쉽게 만족하는 단순한 존재로 취급돼 왔다. 또 제품 광고라는 대세에 이끌려 다수와 함께 순응적으로 구매하는 존재로 간주됐다. 《체험 마케팅》의 저자 번트 슈미트는 체험(experience) 혹은 감성(emoti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고객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에 반기를 들었다.

21세기를 주도할 새로운 고객 집단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만의 독특한 체험과 개성을 무척 중시한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구매는 제품 특징,편익,품질 등과 같은 기본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과정이 아니다. 그들은 구매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러한 가치를 제품이나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과 함께 공유하기를 원한다.

고객들은 이성적인 선택을 하지만 종종 감성에 이끌려 움직이며 고객 체험은 때때로 환상과 느낌,그리고 재미를 추구한다. 결국 고객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의사 결정자로서뿐만 아니라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예컨대 평범한 속옷을 거부한 빅토리아 시크릿의 제품은 제품이기 이전에 환상이고 꿈이며,현대 여성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마찬가지로 클럽 메드는 여행 사업을,스와치는 시계 사업을,그리고 베네통은 의류 사업을 감성 비즈니스로 바꾼 기업들이다. 물론 체험 마케팅을 강조한다고 해서 제품의 기본적인 편익이나 품질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2% 부족한 점을 메우지 않는 한 그저 평범한 제품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고객에게 독특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제품의 기능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마케팅 과제로 등장했다. 경영자에게 있어 고객은 따뜻한 친구인 것 같으면서도 냉정한 존재이다. 고객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 없이는 사업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