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시행첫날③]증권사CEO들,"헤지펀드 시급히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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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증권사 사장들은 4일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됨에 따라 대형 증권사들의 과점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헤지펀드(국제 외환시장에 투자해 단기이익을 올리는 민간 투자기금)를 시급히 허용하되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헤지펀드와 관련, 정부는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허용을 미루고 있는 입장이다.
한경닷컴이 국내 10대 증권사 사장을 대상으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주요 전략과 금융시장 재편 전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의견이 나왔다.
이번 설문에는 굿모닝신한 대신 대우 동양종금 미래에셋 삼성 우리투자 하나대투 한국투자 현대증권 사장들이 직접 참여했다.
◆대형사 과점체제 강화될 듯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자통법이 시행됨에 따라 신규 진입자 증가와 은행권의 영역 확장 등으로 자본시장의 경쟁이 보다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또 "지급결제시스템 참여와 IT(정보기술) 비용 지출 증가 등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힘든 중소형 증권사들에게는 경쟁력 약화라는 위협요인이 될 수밖에 없어 몇몇 대형사들에 의한 과점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증권업 내에서는 크게 금융지주계열과 대형 금융투자회사 계열로 양분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상일 동양종금증권 사장은 "자통법 영향으로 증권사 지분구조나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대형사간 합병 등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특정영역 특화를 표방하는 중소형사가 많이 나타나는 다변화된 시장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자통법이 시행으로 사실상 금융업간 장벽이 없어지고 무한경쟁 체제에 들어서며 자본시장에서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 온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공격적 행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한국형 IB 자신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 부회장은 한국형 IB(투자은행)는 갈길이 멀지만 결코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미국의 세계적인 IB가 100점 만점에 200점을 했다면 우리는 마이너스(-) 50점에 머물러 있다"며 "미국 IB가 너무 잘 해서 문제였다면 우리는 너무 안 해서 문제인 만큼 자통법이 한국의 IB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부회장은 또 "한국의 산업 자본이 자동차 반도체 철강 유화 등을 통해 축적한 돈을 제대로 관리하고 증식해 줄 국내 금융투자회사가 나타나야 한다"며 "시중은행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가 전문인 IB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정부가 앞장서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하게 될 증권사들과 상호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신성장 동력사업에 증권사들의 투자를 유도, 금융산업의 규모를 키워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파생상품분야 등 증권시장의 전문인력을 뽑아 금융당국에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파생상품을 직접 운용해 본 전문가와 단순한 이론 전문가는 천양지차"라고 지적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달초 투자은행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하나IB증권을 흡수합병했다. 기업금융과 자문시장에서 업계 상위권을 달리고 있던 하나IB증권을 토대로 선물업과 집합투자업(자산운용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지난해 9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글로벌 IB수준의 ‘선진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전담 조직을 확대하는 등 철저히 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우선 아시아 핵심 시장에서 실력을 쌓고, 궁극적으로 아시아의 역내 주도적증권사(Regional Player)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헤지펀드 도입 서둘러야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보듯이 고도화되고 전문화된 헤지펀드의 속성상 그 위험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관리감독이 병행되지 않으면 엄청난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국내 금융현실과 도입기반을 감안해 체계적인 검토 아래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2007년부터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싱가포르 현지법인의 경우 최근 헤지펀드 마케팅 전문인력을 채용, 본격적인 마케팅 및 상품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국제 증권 및 외환 시장에 투자해 단기이익을 올리는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 이 부문에서 고객 자산을 늘리는 성과를 낼 것"이라며 "하나대투증권은 2007년 12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헤지펀드인 'HFG 코리아 펀드'를 내놓아 운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리스크 대비 수익률 확보를 높이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시행시기 보다는 그간의 폐단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규제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은 "제도도 제도지만 금융감독당국의 입장변화도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아직도 자본시장의 새로운 영역에 있어서 상당히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
한경닷컴이 국내 10대 증권사 사장을 대상으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주요 전략과 금융시장 재편 전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의견이 나왔다.
이번 설문에는 굿모닝신한 대신 대우 동양종금 미래에셋 삼성 우리투자 하나대투 한국투자 현대증권 사장들이 직접 참여했다.
◆대형사 과점체제 강화될 듯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자통법이 시행됨에 따라 신규 진입자 증가와 은행권의 영역 확장 등으로 자본시장의 경쟁이 보다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또 "지급결제시스템 참여와 IT(정보기술) 비용 지출 증가 등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힘든 중소형 증권사들에게는 경쟁력 약화라는 위협요인이 될 수밖에 없어 몇몇 대형사들에 의한 과점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증권업 내에서는 크게 금융지주계열과 대형 금융투자회사 계열로 양분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상일 동양종금증권 사장은 "자통법 영향으로 증권사 지분구조나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에 대형사간 합병 등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특정영역 특화를 표방하는 중소형사가 많이 나타나는 다변화된 시장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자통법이 시행으로 사실상 금융업간 장벽이 없어지고 무한경쟁 체제에 들어서며 자본시장에서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 온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공격적 행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한국형 IB 자신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 부회장은 한국형 IB(투자은행)는 갈길이 멀지만 결코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미국의 세계적인 IB가 100점 만점에 200점을 했다면 우리는 마이너스(-) 50점에 머물러 있다"며 "미국 IB가 너무 잘 해서 문제였다면 우리는 너무 안 해서 문제인 만큼 자통법이 한국의 IB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부회장은 또 "한국의 산업 자본이 자동차 반도체 철강 유화 등을 통해 축적한 돈을 제대로 관리하고 증식해 줄 국내 금융투자회사가 나타나야 한다"며 "시중은행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가 전문인 IB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정부가 앞장서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하게 될 증권사들과 상호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신성장 동력사업에 증권사들의 투자를 유도, 금융산업의 규모를 키워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파생상품분야 등 증권시장의 전문인력을 뽑아 금융당국에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파생상품을 직접 운용해 본 전문가와 단순한 이론 전문가는 천양지차"라고 지적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달초 투자은행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하나IB증권을 흡수합병했다. 기업금융과 자문시장에서 업계 상위권을 달리고 있던 하나IB증권을 토대로 선물업과 집합투자업(자산운용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지난해 9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글로벌 IB수준의 ‘선진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전담 조직을 확대하는 등 철저히 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우선 아시아 핵심 시장에서 실력을 쌓고, 궁극적으로 아시아의 역내 주도적증권사(Regional Player)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헤지펀드 도입 서둘러야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보듯이 고도화되고 전문화된 헤지펀드의 속성상 그 위험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관리감독이 병행되지 않으면 엄청난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국내 금융현실과 도입기반을 감안해 체계적인 검토 아래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2007년부터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싱가포르 현지법인의 경우 최근 헤지펀드 마케팅 전문인력을 채용, 본격적인 마케팅 및 상품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국제 증권 및 외환 시장에 투자해 단기이익을 올리는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 이 부문에서 고객 자산을 늘리는 성과를 낼 것"이라며 "하나대투증권은 2007년 12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헤지펀드인 'HFG 코리아 펀드'를 내놓아 운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리스크 대비 수익률 확보를 높이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시행시기 보다는 그간의 폐단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규제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은 "제도도 제도지만 금융감독당국의 입장변화도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아직도 자본시장의 새로운 영역에 있어서 상당히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