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09년 1월13일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 제너럴모터스(GM) 부스의 기자회견장.릭 왜고너 GM회장은 김반석 LG화학 부회장과 함께 "GM이 2010년 양산하는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LG화학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미 관련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3.2009년 1월20일 버락 오바마 44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장.오바마 대통령은 "태양과 바람,토지에 마구를 채워(잘 활용해서) 태양열,풍력,지열 등의 신재생 에너지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상상력과 용기를 접목하면 성공할 수 있다"며 정치권의 지원,업계의 분발,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미국이 녹색 바람에 눈뜨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극복하고 글로벌 경제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엔진으로 녹색성장을 선택했다. 그는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녹색 정책에 주저하던 부시 정부와 달리 석유자원 고갈과 지구 온난화를 '성장 기회'로 포착했다. 그는 취임 6일 만인 지난달 26일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미 자동차업계가 위기의 돌파구로 2020년까지 갤런(3.8ℓ)당 35마일(56㎞)을 달리는 고연비 그린카를 개발토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0년간 500만개 일자리 창출
오바마 정부는 녹색성장 10년 프로젝트를 내놨다. 이 기간 동안 태양열 풍력 지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카 개발을 포함한 녹색산업 육성에 자금을 퍼붓고 세제 혜택도 주기로 했다. 1500억달러를 투자,일자리 500만개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전체 전기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3년 안에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알래스카에서 천연가스를 끌어오는 가스라인을 건설하는 사업도 최우선 순위에 올렸다. 2015년까지 한 번 충전하면 150마일(240㎞)을 주행하는 전기 하이브리드카 100만대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자동차업체들과 부품업체들이 공장을 재정비,관련 제품을 생산하도록 40억달러 규모의 세금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린카를 구입할 경우 대당 7000달러의 세금을 공제해 준다.
이에 앞서 미국은 2010년까지 2년간 단기 경기부양을 통해 녹색산업에 재정투자를 할 계획이다. 관련 지출액은 540억달러 정도로 책정했다. 재생에너지 기술개발,관련 시스템 구축 등에 320억달러,공공주택 등의 친환경 설비와 서민주택의 냉 · 난방 설비 지원에 220억달러를 투입한다. 에너지 효율화와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 부문에도 20억달러를 배정하기로 했다.
◆정치권과 업계에도 녹색 바람
머라이어 캔트웰 미 상원의원은 지난달 16일 상원 본회의 발언에서 신재생 청정에너지 투자의 역할 모델로 한국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이 앞으로 5년 간 380억달러를 신재생 청정에너지 분야에 투자,100만명의 일자리를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미국의 10분의 1도 안되는 만큼 380억달러는 미국으로 따지면 4000억달러가 넘는다"고 오바마 정부에 관련 투자를 더 늘리라고 요구했다.
LG화학에 일격을 당한 미국 자동차 리튬이온 배터리업체들도 달라졌다. A123시스템을 비롯 14개 전기차 배터리업체는 LG화학 등 아시아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연합회를 결성했다. 실리콘밸리의 전기 스포츠카 제작업체인 텔샤모터의 제이비 스트로벨 수석기술담당 이사는 "전기자동차의 동력인 배터리는 기존 자동차산업을 다시 세우는 것과 맞먹는 신산업"이라고 말했다.
민간부문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업계가 죽을 쒔지만 녹색에너지 벤처업체로 몰린 투자액은 84억달러에 달했다. 2007년보다 40% 증가한 규모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은 그린에너지 팀을 별도로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태양열,풍력,지열 에너지를 개발하는 벤처기업들에 45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