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은 ‘막장드라마 天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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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이 온통 스와핑, 폭행, 불륜, 몰카, 복수, 이복남매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른바 ‘막장드라마’ 홍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일일극이나 주말극에 주로 등장하던 자극적인 소재들이 월화극을 비롯해 수목극, 금요드라마까지 섭렵, 어린 시청자들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시각만을 자극하며 TV앞으로 내몰고 있다.
이른 바 ‘막장 드라마’의 천국인 셈이다. 이러한 자극적인 드라마가 난무하는 까닭에는 시청률이란 필요충분조건이 작용, 이러한 논란에 제작사들은 한결같이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소연 한다.
▶ ‘막장드라마’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 ‘너는 내운명’
최근 KBS ‘너는 내운명’이 40%를 넘는 시청률로 종영하며 막장드라마의 본격적인 포문을 연 가운데, 뒤를 이어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이 그 화려한(?) 바통을 이어받아 40%대 육박하는 시청률로 인기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강지처의 버림과 내연녀와의 결합, 조강지처의 복수라는 뻔한 스토리에 자극적인 요소들을 잘 버무려 주부 시청자들의 혈압을 올리며 시청률을 급상승시키고 있는 것.
이에 뒤질세라 SBS ‘유리의 성’이 재벌가와 신데렐라라는 ‘우려먹기식’ 스토리 전개로 주말극의 막장드라마를 지향하고 있으며, 또 다른 루키 KBS '꽃보다 남자‘는 ’고등학생‘을 배경으로 왕따, 호텔, 몰카 등으로 월화극 막장 시대를 열고 있다.
▶ ‘꽃보다 남자’-‘미워도 다시한번’, 평일극의 ‘막장’으로 급부상
‘꽃보다 남자’는 원작에 충실하기 때문이라는 해명아닌 해명을 하고 있지만 ‘안방극장’이라는 공간에서의 방영이라는 점을 간과한 지극히 자극적인 소재로 인기를 끌고자 하는 ‘막장’드라마 라는 평가는 벗어날 수 없다.
특히 빼어난 외모의 남자 주인공들과 ‘서민’ 여자주인공들의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로 젊은 시청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보다 자극적인 시선잡기 보다는 재미와 유쾌한 볼거리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4일 첫 방송되는 KBS 수목극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이들의 막장 세계에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으나, 결국 정략결혼과 첫사랑 애인과의 관계를 그리는 지극히 자극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으로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 ‘그 드라마가 그 드라마, 자극만이 살 길?’
주부 시청자들을 겨냥한 ‘아침드라마’에 국한됐던 ‘막장’이 평일극과 주말극, 일일극을 섭렵하며 일주일 동안 비슷한 소재의 ‘그 드라마가 그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드라마국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시청률이 문제다. 이른 바 대박나는 드라마들은 제작사나 방송국들에게 있어 환영할 일로, 광고-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면서 “자극적인 드라마를 만들고 싶지 않아도 현재의 흐름상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라고 호소했다.
MBC ‘사랑이 뭐길래’, KBS ‘목욕탕집 남자들', MBC ’내 이름은 김삼순‘ 등과 같이 과거 드라마들 중에는 극단적인 소재들을 사용치 않아도 많은 인기를 얻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런 점에서 과연 가족들이 함께하는 ’안방극장‘에서 '신경계를 자극하는' 소재만이 살아남을 길인지 다시한번 되새겨 볼 만한 일이다.
뉴스팀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