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등록을 마감한 결과 인문 계열에서는 전공보다 대학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특히 경기 침체를 반영해 성균관대와 중앙대 등 대기업을 재단으로 둔 대학들의 합격선이 상승했다. 반면 자연 계열에서는 취업난으로 인해 공대를 기피하고 의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해졌다. 4일 전국 대학들이 정시모집 등록을 마감한 결과 인문계열에서는 전공보다 대학 브랜드를 중시하는 '묻지마 식'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주요 대학의 하위권 학과 커트라인이 일제히 상승했다. 서울대 경영대의 1단계 합격선은 629점(환산 점수)으로 알려졌다. 그 뒤를 잇는 사회계열과 인문계열 간의 차이는 6~7점에 불과해 지난해에 비해 좁혀진 것으로 파악됐다. 주석훈 한영외고 교사는 "연세대도 비교적 비인기 학과로 여겨졌던 신학대학의 합격자 커트라인이 지난해보다 상당히 올랐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재단으로 둔 성균관대 중앙대 등의 대학 브랜드 가치가 오르면서 합격선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는 재작년 수능 백분위 평균 2%대였던 합격선이 올해 최고 0.4%(글로벌경영학과)까지 뛰었다.

박정만 인재유치담당자 "복수전공 제도가 잘돼 있어 전공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일단 대학 간판을 따고 보자는 심리가 두드러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합격생은 "성균관대의 재단이 삼성그룹이다 보니 성대를 졸업하면 취업이 잘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수험생들 간에 널리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대도 평균 합격선이 지난해에 비해 5~6점,경영학과의 경우 최대 10점 가까이 올랐다. 박상규 중앙대 입학처장도 "두산그룹 인수 후 첫 입시에서 '두산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연계열에서는 의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심해져 지방대 의대까지 경쟁률이 상승했다. 반면 취업난을 반영해 자연대와 공대 기피 현상은 더욱 커졌다. 서울대 자연계열은 지난해에 비해 지원자가 800여명 줄었다. 이에 따라 의대를 제외한 서울대 자연계열 학과의 합격선(1단계)이 대폭 하락했다. 의예과는 558점 선으로 최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식물생산과학부는 520선,건설환경공학부는 510선으로 주저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 입시의 최대 관심이었던 자유전공학부는 인문계열의 하위권으로 전락했다. 고려대 법대를 대신해 최고 학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던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는 보건행정 수준으로 떨어졌다. 성균관대 자유전공학부 역시 사회과학계열보다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인문계 학생들이 자연계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부담 때문인지 예상보다 커트 라인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