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자통법에 발목잡힌 국민연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
"한 걸음에 3m씩 가는 거인(국민연금)에게 1m 움직일 때마다 손을 들라고 하면 제대로 걸을 수 있겠습니까. 조금만 생각을 했어도 국민연금에 그런 무리한 보고 의무는 지우지 않았을 겁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
국민연금이 4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른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를 피하기 위해 10% 이상 보유한 14개 종목들의 주식을 대거 내다팔아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적 악화 등의 본질적인 이유가 없는데도 단지 자통법 때문에 주식을 팔게 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다행히 국민연금이 10% 이상을 샀을 정도로 '알토란' 같은 종목들이어서 주가에 미치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매각한 종목은 10% 이상 보유한 14개에 불과했지만 관련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역시 보고 의무가 있는 5% 이상의 135개 종목들도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 투자전략 노출과 추종매매 유발이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은 똑같기 때문이다.
만약 135개 종목들까지 팔기 시작한다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폭발적일 수 있다. 10% 이상 14개 종목들은 모두 거래소 소속이었지만 5% 이상 135개 종목에는 시가총액이 낮은 코스닥 종목들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결국 이대로라면 국민연금에 '주식을 사지 말라'고 막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향후 주식 비중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주식 매각으로 파문이 커진 지금에서야 국민연금에 대한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 관련 규정의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국민연금이 자통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줄곧 해온 규제완화 요구를 '예외 없다'며 거절해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최소한 5% 이상 보유 종목에 대한 보고 기한이라도 늦춰줘야 정상적인 주식 매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자국 증시에서의 영향력이 국민연금보다 훨씬 약한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 · CalPERS)도 8개월이나 경과된 후 대량 보유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융위는 알고 있었을까.
국민연금이 4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른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를 피하기 위해 10% 이상 보유한 14개 종목들의 주식을 대거 내다팔아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적 악화 등의 본질적인 이유가 없는데도 단지 자통법 때문에 주식을 팔게 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다행히 국민연금이 10% 이상을 샀을 정도로 '알토란' 같은 종목들이어서 주가에 미치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매각한 종목은 10% 이상 보유한 14개에 불과했지만 관련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역시 보고 의무가 있는 5% 이상의 135개 종목들도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 투자전략 노출과 추종매매 유발이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은 똑같기 때문이다.
만약 135개 종목들까지 팔기 시작한다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폭발적일 수 있다. 10% 이상 14개 종목들은 모두 거래소 소속이었지만 5% 이상 135개 종목에는 시가총액이 낮은 코스닥 종목들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결국 이대로라면 국민연금에 '주식을 사지 말라'고 막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향후 주식 비중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주식 매각으로 파문이 커진 지금에서야 국민연금에 대한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 관련 규정의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국민연금이 자통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줄곧 해온 규제완화 요구를 '예외 없다'며 거절해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최소한 5% 이상 보유 종목에 대한 보고 기한이라도 늦춰줘야 정상적인 주식 매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자국 증시에서의 영향력이 국민연금보다 훨씬 약한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 · CalPERS)도 8개월이나 경과된 후 대량 보유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융위는 알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