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없는데 상담시간은 더 길어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자통법 시행 첫날 일선 창구 가보니] 펀드가입 서류만 5개… 3개 상품 들려면 2시간 걸려
"국내주식형과 해외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러 들렀는 데 시간이 너무 걸려 하나만 가입하고 돌아가는 길이에요. "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4일 오전 여의도 대형 A증권사 지점을 찾은 투자자 안모씨(40 · 목동)는 "시간을 줄이려고 미리 가입할 펀드를 정하고 투자자 성향 설문조사를 피하기 위해 투자자확인서만 쓰고 상담을 받았는 데도 시간이 너무 걸린다"며 손목시계를 연신 보면서 서둘러 떠났다.
증시 환경이 아직 불안정한 탓으로 이날 새로 펀드를 가입하려고 증권사와 은행 일선 지점을 찾는 고객들은 거의 없어 상담창구는 한산한 편이었다. A증권사 지점의 경우 정오까지 펀드에 가입하려고 찾아온 고객은 3명에 그쳤다. 이 지점 직원은 "고객들은 자통법이 이날부터 시행된다는 얘기만 신문에서 봤을 뿐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아직은 잘 모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고객은 전화로 구체적인 절차를 문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점을 찾은 고객들은 필요한 상담과 절차를 밟는 데 크게 불편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새로 계좌를 개설해 펀드에 가입하기까지 작성해야 할 서류만 5개에 달한다. 투자성향을 조사하는 설문 조사가 끝나면 이를 토대로 나온 확인서에 서명하는 것은 물론 '확인한다'는 내용이 적힌 글자 위에 다시 친필로 덮어 써야 한다. 같은 투자자라도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할 때마다 똑같은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 "펀드 3개를 가입한다면 2시간 정도는 족히 걸릴 것"이라고 상담 직원은 전했다.
시간은 주로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의 투자성향과 상품에 대해 설명해주는 데 소요된다. B증권사 압구정동 지점의 상담 직원은 "고객들이 다 아는 내용이라도 의무적으로 설명을 반복하게 돼있어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에서 만난 40대 남성 고객도 "다 알고 있는 정보를 한 시간씩이나 알려줄 필요가 있냐.기다리기가 지루했다"고 짜증을 냈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 투자자 성향 설문조사한 결과 투자성향 등급이 생각보다 낮게 나와 당황하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과거 펀드와 주식 파생상품의 투자 경력이 있는 기자도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수 없는 중위험등급(3등급)이 나왔다. 현재 주식형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한 고객은 이보다 한단계 낮은 저위험등급(2등급)으로 분류됐다. 중위험 등급의 투자자에게는 채권혼합형펀드와 원금보장형ELS(주가연계증권) 등이 권유되며,저위험등급은 채권형펀드만 권유할 수 있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한 증권사 직원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등급이 낮게 나와 주식형펀드를 권유받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각서를 쓰고 가입을 하든지,아니면 설문조사를 다시 해 등급을 높이는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우리은행 지점 관계자도 "본래 은행 고객들은 투자성향이 보수적이서 앞으로 펀드 영업이 더 안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주식 상담을 받으려는 투자자도 투자자 성향 설문조사를 거쳐야 한다.
김재후/조재희 기자 hu@hankyung.com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4일 오전 여의도 대형 A증권사 지점을 찾은 투자자 안모씨(40 · 목동)는 "시간을 줄이려고 미리 가입할 펀드를 정하고 투자자 성향 설문조사를 피하기 위해 투자자확인서만 쓰고 상담을 받았는 데도 시간이 너무 걸린다"며 손목시계를 연신 보면서 서둘러 떠났다.
증시 환경이 아직 불안정한 탓으로 이날 새로 펀드를 가입하려고 증권사와 은행 일선 지점을 찾는 고객들은 거의 없어 상담창구는 한산한 편이었다. A증권사 지점의 경우 정오까지 펀드에 가입하려고 찾아온 고객은 3명에 그쳤다. 이 지점 직원은 "고객들은 자통법이 이날부터 시행된다는 얘기만 신문에서 봤을 뿐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 아직은 잘 모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고객은 전화로 구체적인 절차를 문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점을 찾은 고객들은 필요한 상담과 절차를 밟는 데 크게 불편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새로 계좌를 개설해 펀드에 가입하기까지 작성해야 할 서류만 5개에 달한다. 투자성향을 조사하는 설문 조사가 끝나면 이를 토대로 나온 확인서에 서명하는 것은 물론 '확인한다'는 내용이 적힌 글자 위에 다시 친필로 덮어 써야 한다. 같은 투자자라도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할 때마다 똑같은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 "펀드 3개를 가입한다면 2시간 정도는 족히 걸릴 것"이라고 상담 직원은 전했다.
시간은 주로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의 투자성향과 상품에 대해 설명해주는 데 소요된다. B증권사 압구정동 지점의 상담 직원은 "고객들이 다 아는 내용이라도 의무적으로 설명을 반복하게 돼있어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에서 만난 40대 남성 고객도 "다 알고 있는 정보를 한 시간씩이나 알려줄 필요가 있냐.기다리기가 지루했다"고 짜증을 냈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 투자자 성향 설문조사한 결과 투자성향 등급이 생각보다 낮게 나와 당황하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과거 펀드와 주식 파생상품의 투자 경력이 있는 기자도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수 없는 중위험등급(3등급)이 나왔다. 현재 주식형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는 한 고객은 이보다 한단계 낮은 저위험등급(2등급)으로 분류됐다. 중위험 등급의 투자자에게는 채권혼합형펀드와 원금보장형ELS(주가연계증권) 등이 권유되며,저위험등급은 채권형펀드만 권유할 수 있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한 증권사 직원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등급이 낮게 나와 주식형펀드를 권유받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각서를 쓰고 가입을 하든지,아니면 설문조사를 다시 해 등급을 높이는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우리은행 지점 관계자도 "본래 은행 고객들은 투자성향이 보수적이서 앞으로 펀드 영업이 더 안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주식 상담을 받으려는 투자자도 투자자 성향 설문조사를 거쳐야 한다.
김재후/조재희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