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분당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사용하는 연간 전력 사용량은 10만명이 거주하는 충주시의 1년치 전기 사용량과 맞먹는다. 24시간 가동되는 서버 등 정보기술(IT) 설비의 전력 사용량은 엄청나다. 세계적으로 IT기업들이 전력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KT는 지난해 녹색경영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작년 5월에는 서울 목동에 전력 소모가 종전보다 25%가량 적은 IDC를 건립했다. 기업용 서버의 운용 · 관리를 대행하는 시설인 IDC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전력 소모가 많은 곳이다. 500W급 서버의 월 평균 소모 전력량은 우리나라 가정의 평균 사용량보다 1.6배 많다. IDC가 멈추면 인터넷이 마비되는 만큼 서버가 오작동되거나 멈춰서지 않도록 항온 · 항습 등을 유지하는 데 많은 전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KT는 목동IDC를 세우면서 '직류 서버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기존 IDC는 전기 흐름이 대개 '교류(외부)→직류(IDC 전원장치)→교류(IDC 내부)→직류(서버 본체)'로 바뀐다. 목동IDC는 이 흐름을 '교류(외부)→직류(IDC 및 서버)'로 단순화해 전류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전력 손실을 줄였다.

KT는 목동IDC와 남수원IDC 등 2곳의 IDC에 직류 서버 시스템을 도입,연간 6만t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자동차 4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규모다. 또 백업용 전원설비는 기존 납 축전지에서 친환경 리튬이온 축전지로 대체했다. KT 관계자는 "목동IDC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아파트 1만4000가구가 1년간 사용 가능한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신내동 강북본부 사옥과 경기 화성송신소에 국내 통신업계 최초로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연간 13만㎾h의 전력을 자체 생산해 2000만원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향후 20년간 260만㎾h의 전력을 생산하고 1100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IT를 활용한 환경사업에도 뛰어들었다. KT미래기술연구소는 국토해양부 'U-에코 시티 사업단'이 추진하는 'U-베이스드 에코 스페이스(U-based Eco Space)' 협동 연구기관으로 작년 11월 선정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등이 참여하는 이 연구는 5년간 224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환경 프로젝트다.

KT는 2002년 민영화되면서 녹색경영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다. 2005년에는 전담조직인 '환경경영 추진위원회'를 설립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23개 대형 사옥을 집중 관리하기 시작했다. '에너지가치 창출위원회'를 구성해 전사적 에너지 절약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통신용 건물에 대한 에너지 효율 등급제도를 만들어 전력 소모와 용수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4600t을 감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