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LG가로 분류되는 희성그룹 계열사 희성전자가 대한펄프 경영권을 인수했다. 대한펄프는 한솔제지에 이은 국내 2위의 백판지 생산 업체로 제지사업 부문과 생활용품사업 부문이 있다. 대한펄프는 최병민 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 67.58%(보통주) 중 57.75%(499만여주)를 희성전자에 팔아 최대주주가 희성전자로 변경됐다고 4일 밝혔다. 매각 금액은 지난 3일 종가(3200원) 기준으로 160억원 선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지분율은 9.38%로 낮아졌다.

대한펄프를 사들인 희성전자는 희성그룹 계열사로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을 생산한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구본능씨가 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구 명예회장의 막내 사위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대한펄프의 경영권을 넘긴 이유를 과도한 부채(지난해 9월 현재 4000억원 선) 등에 따른 경영 악화로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대한펄프는 지난해 한때 부채 비율이 1600% 선에 달했으며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 뒤 연말 기준 부채 비율은 900% 정도로 낮아졌다.

국내 백판지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로 이익을 내기가 힘든 실정이다. 연간 수요량은 약 50만t에 불과한 데 비해 생산량은 140만t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국내 업체는 생산량의 60%를 해외에 팔아왔다. 그러나 중국이 제지 자급도를 갖추면서 수출 채산성마저 악화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펄프는 지난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백판지를 만드는 제지사업 부문과 화장지 등을 생산하는 생활용품사업 부문을 분할,외부 자금 유치를 추진했으나 주주총회에서 부결돼 무산됐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며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전격적으로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매각 작업은 회사 내부에서조차 알지 못하는 사이에 추진됐다"고 덧붙였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