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의 인물 사진 대가 유섭 카쉬(1908~2002년)의 작품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내달 3일부터 5월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카쉬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통해서다.

카쉬는 1941년 캐나다를 방문한 윈스턴 처칠을 찍은 작품이 '라이프'지에 실리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스튜디오 조명과 자연광을 조화시켜 인물을 부각시키는 특유의 조명술을 완성해 현대 조명 업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는 윈스턴 처칠,피델 카스트로,재클린 케네디,드와이트 아이젠하워,마더 테레사,엘리자베스 여왕,파블로 피카소,어니스트 헤밍웨이,조지 버나드 쇼,아인슈타인,헬렌 캘러,오드리 햅번,소피아 로렌 등 세계적인 명사들의 얼굴을 찍은 작품 90여점이 출품된다. 카쉬가 직접 작성한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도 함께 소개된다.

전시를 주관한 기획사 뉴벤처엔터테인먼트는 "디지털 프린팅이 아니라 카쉬가 직접 만든 오리지널 빈티지 필름으로 보스턴미술관 큐레이터가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화물칸에 타고 국내에 들어올 정도로 가치가 높다"면서 "보험가액만 약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역시 '라이프'지에 실렸던 '윈스턴 처칠'.당시 캐나다를 방문한 처칠의 특유한 카리스마를 잡아내기 위해 물고 있던 시가를 고의적으로 낚아채 화를 내는 표정을 포착한 수작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담아낸 이 작품은 지금까지 '마음의 눈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또 장난끼 있지만 고뇌가 엿보이는 모습의 '아인슈타인'은 1948년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찍은 작품이다.

촬영 당시 카쉬가 아인슈타인에게 "원자 폭탄이 다시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요?"라고 묻자 "아마 우리는 더 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겠지요"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1956년작 '오드리 햅번' 역시 할리우드 여배우의 내면을 담아낸 작품으로 유명하다. 눈을 지그시 감은 오드리 햅번의 섬세한 얼굴선에서 상처받기 쉬운 내면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이 밖에 해학과 풍자가 어린 표정의 버나드 쇼,강한 눈빛의 피델 카스트로,깔끔한 모습의 피카소 등 널리 알려진 역사 속 인물들의 생생한 얼굴들도 눈길을 끈다. (02)792-2633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