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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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도장을 하나 갖고 있다. 오래 전 지인에게 선물 받은 것으로 언젠가 책을 내면 인지(印紙) 도장으로 쓰기 위해 고이 간직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책을 냈을 때 도장은 무용지물이었다. 예전처럼 책에 인지를 붙이지 않고 믿고 정산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까닭이다. 인지를 찍던 시절에도 출판사와 저자 사이엔 종종 다툼이 일었다. 도장을 출판사에 맡겼더니 발행부수를 속여 인세를 덜 지급했다는 저자의 항의와 "사실과 다르다,무가로 배포되는 책을 감안해야 한다"라는 출판사측의 해명이 맞선 경우였다. 결국 인지는 사라졌다.
책을 발간해 본 사람은 안다. 인세(印稅)라는 게 얼마나 받기 힘든 건지.간혹 누구누구가 수천만원의 선인세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실제론 극히 드문 일이다. 보통은 약간의 계약금을 받은 뒤 책이 나오면 판매부수에 따른 인세에서 그 액수를 뺀 나머지를 받게 된다.
인세 비율은 보통 책 정가의 10%.1만원짜리 책의 인세는 1000원인 셈이다. 책 한 권을 내는데 필요한 원고는 200자 원고지 1000장 정도.원고료로 계산하자면 1장 당 5000원만 쳐도 500만원이다. 하지만 500만원의 인세를 받자면 책이 5000부는 팔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확률은 10%에 훨씬 못미친다.
오히려 계약금 100만원을 받은 다음 1500부 이상 나가지 않으면 돈을 물어내야 하는 수도 생긴다. 저자용 20권 외엔 제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여기저기 아는 이들에게 책을 돌리다 보면 인세보다 책값이 더 나가는 탓이다. 책 출간이라는 게 돈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는 얘기다.
영화나 연극에 종사하는 이들은 늘 극장 앞에 관객이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꿈을 꾼다고 한다. 글 쓰는 사람도 같다. 책을 낼 때는 누구나 대박에 스테디셀러를 꿈꾼다. 그러나 웬만한 책은 1년 이상 서점에 남아있기도 힘들다. 대부분의 책은 자신의 노력과 고생의 흔적으로 끝난다.
입에 올리기조차 끔찍한 범죄 피의자가 책과 인세 운운했다. 돈벌이에 눈멀어 흥정을 벌일 업자가 있으리라 여기는 모양이다. 추악한 상술과 협잡의 결과가 어떨 진 알 길 없다. 분명한 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도 있을 일을 책으로 남김으로써 가족들을 소름 끼치는 살인범 가족이라는 족쇄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책을 발간해 본 사람은 안다. 인세(印稅)라는 게 얼마나 받기 힘든 건지.간혹 누구누구가 수천만원의 선인세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실제론 극히 드문 일이다. 보통은 약간의 계약금을 받은 뒤 책이 나오면 판매부수에 따른 인세에서 그 액수를 뺀 나머지를 받게 된다.
인세 비율은 보통 책 정가의 10%.1만원짜리 책의 인세는 1000원인 셈이다. 책 한 권을 내는데 필요한 원고는 200자 원고지 1000장 정도.원고료로 계산하자면 1장 당 5000원만 쳐도 500만원이다. 하지만 500만원의 인세를 받자면 책이 5000부는 팔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확률은 10%에 훨씬 못미친다.
오히려 계약금 100만원을 받은 다음 1500부 이상 나가지 않으면 돈을 물어내야 하는 수도 생긴다. 저자용 20권 외엔 제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여기저기 아는 이들에게 책을 돌리다 보면 인세보다 책값이 더 나가는 탓이다. 책 출간이라는 게 돈과는 거리가 먼 일이라는 얘기다.
영화나 연극에 종사하는 이들은 늘 극장 앞에 관객이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꿈을 꾼다고 한다. 글 쓰는 사람도 같다. 책을 낼 때는 누구나 대박에 스테디셀러를 꿈꾼다. 그러나 웬만한 책은 1년 이상 서점에 남아있기도 힘들다. 대부분의 책은 자신의 노력과 고생의 흔적으로 끝난다.
입에 올리기조차 끔찍한 범죄 피의자가 책과 인세 운운했다. 돈벌이에 눈멀어 흥정을 벌일 업자가 있으리라 여기는 모양이다. 추악한 상술과 협잡의 결과가 어떨 진 알 길 없다. 분명한 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도 있을 일을 책으로 남김으로써 가족들을 소름 끼치는 살인범 가족이라는 족쇄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