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우리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2003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고용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경험에서 보았듯이 성장을 하더라도 예상만큼의 일자리 증가가 일어나지 않았고,지난 연말과 같이 성장률이 후퇴할 때는 일자리 수가 빠르게 감소한 사실로 미뤄볼 때 올해 경기침체는 노동시장에 매서운 고용한파를 불러올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고용한파는 특히 청년층 신규 구직자,영세 자영업자,비정규직 등 소위 노동시장 취약계층에 더욱 매섭게 몰아칠 것이다. 올해 민간기업은 신규채용 계획을 축소하거나 백지화했고,공공부문의 인력조정까지 예정돼 있어 졸업자들이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3월에는 청년층의 구직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만약 비정규직 관련 보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는 올 7월에 정규직 전환부담으로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지난해 12월 급증한 고용유지지원금의 기간이 만료되는 올 상반기까지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못하고 고용조정으로 이어지게 되면 일자리 시장은 꽁꽁 얼어붙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상이 맞는다면 노동시장은 올 3~6월에 외환위기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와 관련된 정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상반기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이를 준비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인턴제 및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을 통한 청년층 일자리 확보,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유지,영세자영업자 금융 · 세제 지원을 골자로 하는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청년인턴제의 경우 과거 유사사업의 경험에 비춰볼 때 현재의 공공부문에 치중하는 구조를 벗어나 미취업 청년층을 채용하는 기업에 대해 임금지원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민간부문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리더 양성 사업은 그저 청년들을 해외로 떠나보내는 것에 머물 것이 아니라 파견 대상국의 일자리 수요를 파악한 후 이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 · 훈련을 실시함으로써,실질적인 해외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실제 일자리 나누기 사업을 실시한 유럽의 경험을 보면 근로시간 단축 및 교대제 전환 등 근로조건 변경에 있어 노조의 미온적 협조로 인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외국의 경험이 시사하는 바는 기업과 노조 및 근로자가 위기의식을 갖고 대승적 차원에서 일자리 나누기에 대해 상호 이해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함께 일자리 나누기 정책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서 정부는 일자리를 나누는 기업에 세제상 혜택을 강화하고,나누어진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내수부진에 따른 영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경감하기 위해 정부는 업종전환과 재창업을 위한 준비를 지원하는 체계적 시스템을 마련하고,대다수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자영업자를 위해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통해 재취업지원 훈련프로그램 등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늘려 정부의 노동시장정책 대상의 틀 속으로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

당면한 고용대란의 위기상황은 우리에게 위험에 굴복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느냐의 중대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저력을 다시 모아 근로자,기업,정부 모두 한마음으로 꽁공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따스한 훈기를 불어넣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