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가 이른 시일 내 금융위기를 종식시켜 줄 것을 미국인들은 희망하지만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많은 거시경제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하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다른 선진국들이 겪었던 금융위기(1977년 스페인,1987년 노르웨이,1991년 핀란드,1991년 스웨덴,1992년 일본)나 주요 신흥국의 금융위기와 비교해봐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좋은 소식부터 말하면 아무리 심각한 금융위기라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국가의 마이너스 성장은 최장 2년 이내에 진정됐다. 만약 경기침체가 2007년 12월에 시작됐다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견해를 받아들인다면 미국 경제는 올 연말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다.

하지만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전형적인 금융위기의 경우 주택가격은 최고가에서 5~6년 동안 36%가량 떨어졌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2005년 말에 정점을 찍었다면 2010년까지 주택가격이 현재보다 8~10% 추가 하락할 것이란 얘기다. 증시는 부동산보다는 빨리 저점을 찍는 경향이 있다. 단 3년반 동안 평균 55% 하락한 뒤 반등했다는 과거 사실에 비춰보면 앞으로 2년반 정도는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실업 문제는 앞으로 최소 2년 이상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놀랄 만한 사항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부채가 급증하며 비틀거렸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의 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첫 3년 동안 85% 이상 늘었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8조~9조달러의 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흥미롭게도 부채가 급증하는 주요인은 금융시스템의 구제비용이 아니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세금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적자 재정 정책 또한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현재 미국의 위기와 과거 심각했던 금융위기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위기 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고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는 등 미국 정부는 운이 좋은 편이다. 현재 위기는 분명히 전 세계적이다. 해외 증시와 채권 시장의 붕괴로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자산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동시에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는 수출을 줄이고 있다.

미국이 과거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전례를 피할 수는 있을까. 효과적인 정책적 처방전은 현재 경제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만약 필요하다면 금융회사들을 임시 법정관리 상태에 둔 뒤 자본을 조달하고 다시 민영화하는 파산 절차를 빠르게 진행시켜 금융회사들의 구조조정을 도와야 한다. 지금 미국은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때다.

정리=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이 글은 메릴랜드대학의 카르멘 레인하트 경제학 교수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가 '금융위기의 커닝 페이퍼'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