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급(중위험) 상품을 얼른 만들어 주세요. "

지난 4일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금융투자업계에 새로운 풍속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주식형펀드 중심에서 벗어나 혼합형펀드가 주축인 중위험 상품 개발에 대한 요청이 자산운용사에 쇄도하고 있는가 하면 고객을 가장해 지점 직원들의 상품지식이나 판매절차 등을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까지 등장했다. 종이로 제공되던 투자설명서는 CD로 대체되고 있고 증권사 직원들 사이에는 '열공(열심히 공부하다의 준말)'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김용광 삼성투신 채널영업2팀장은 5일 "주요 판매사인 은행에서 위험중립형 고객에 맞는 중위험 상품개발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며 "상품개발실 직원들은 자정까지 야근을 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자통법은 고객의 투자 성향 조사를 통해 이에 맞는 상품만 권유토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 고객이 위험중립형에 속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도 "투자성향을 분석하면 90%가량이 위험중립형 이하로 나온다"며 "혼합형펀드,원금부분 보장 ELS(주식연계증권)나 파생결합증권(DLS) 등의 신상품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체 자산을 투자위험도별 상품에 분산투자해 전체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포트폴리오 기반 신상품'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자통법 시행으로 종이 값을 아껴야 하는 증권사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예전에는 두 페이지 정도의 핵심설명서만 보여주고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투자설명서를 모두 고객들에게 교부해야 한다. 핵심설명서는 두세 장 정도지만 ELS 투자설명서는 60~70장에 이른다. 단행본 책 한권 되는 분량이며 가격도 권당 1000원을 웃돈다. 그동안 투자설명서는 지점당 하나 정도씩 비치해 놓고 있었다.

A증권의 경우 ELS 상품 하나를 판매할 때마다 3000부가량 책을 찍어내야 한다. 1년이면 15만권이 넘는 투자설명서를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펀드 등 다른 상품들도 수십페이지짜리 투자설명서를 함께 나눠줘야 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종이값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증권은 이번 주부터 투자설명서를 CD로 만들어 배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투자설명서를 일일이 프린트해 주거나 단행본으로 만드는 것보다 원가가 훨씬 싸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당분간 CD로 된 투자설명서를 배포하고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에게는 투자설명서를 출력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에 '암행어사'도 등장했다. 동부증권은 고객만족도에 대한 점검 방식을 강화한 '미스터리 쇼퍼'제도를 시행한다. 영업점을 찾아 직원의 친절도,영업점 분위기,판매태도 등을 평가하는 사람이다.

이 증권사는 외부업체 직원인 미스터리 쇼퍼를 전 지점에 파견해 분기마다 정기점검을 실시하고 일부 관심지점에 대해선 수시로 미스터리 쇼퍼를 내보낼 방침이다. 이들이 체크한 상황은 직원평가자료로 활용된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투자권유-업무처리-사후점검-사후관리' 등 완전판매 프로세스를 구축하는데 미스터리 쇼퍼 제도가 큰 몫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자격증 준비에 머리띠를 동여 매고 있다. 우선 코 앞에 닥친 것은 자통법 관련 이해도를 묻는 사내 시험이다. 삼성증권은 11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통법 관련 업무능력 평가시험을 실시한다. 다른 증권사들도 각종 교육과 평가를 통해 자통법 이해력 보강에 나서고 있다.

또한 자격증 취득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자통법 시행전만해도 '간접투자증권판매인력' 자격증 하나로 모든 펀드를 판매할 수 있었지만 오는 5월부터 판매자격이 세분화되면서 파생상품펀드나 부동산펀드를 팔기 위해 관련 자격증인 파생상품펀드투자상담사와 부동산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

서정환/김용준/장경영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