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가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의 연기를 선보이며 피겨 쇼트 프로그램 세계신기록을 기록, '꿈의의 200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연아(19. 군포수리고)는 5일 오후 캐나다 벤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합계점수 72.24점을 받아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가볍게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김연아가 지난 2007년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 기록인 71.95점을 0.29점이나 끌어올린 점수이다.

김연아는 완벽한 트리플 러츠를 선보였으며 이전보다 더욱 섬세해진 손 끝 연기를 펼쳐 기술점수 42.20점 예술점수 30.04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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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아닌 예술 그 자체

김연아가 이날 받은 점수, 72.24점은 '완벽함'을 대변해준다. 이 대회 출전한 35명 피겨선수 가운데 유일한 70점대 점수를 받았다.

60점대를 받은 선수도 2위를 차지한 캐나다의 조애니 로셰트(66.90점)와 3위 신시아 파뉴프(60.98점, 캐나다), 4위 수구리 후미에(60.18점, 일본) 등 3명에 불과하다.

피겨전문가들은 "보통 당일 컨디션이 좋아 고난이도의 점핑 등 실수를 하지 않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점수가 60점 후반대"라며 "70점대는 고난이도 점핑에서 실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소화해 예술로 승화시킬 때 받을 수 있는 점수"라고 말한다.

지난해 2008 피겨 월드그랑프리파이널 1위를 차지한 김연아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단 한 번의 점프 동작 실수로 7점의 감점을 받아 57.86점에 그쳤다.

◆피겨의 채점 방식…만점은 있나?

지난 2006년 동계올림픽 전까지 피겨 스케이팅 경기에 만점이 있었다. 9명의 심판이 각 6점 만점으로 단순 합산하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계올림픽 당시 이른바 '러시아 심판 매수 사건'으로 판정 시비 논란이 불거지면서 세계빙상연맹은 평가방식을 바꿔 사실상 만점을 없앴다.

피겨 스케이팅 채점방식은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의 경기 점수를 합산해 매겨진다.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각각의 총 득점은 기술요소 점수(TES)와 구성요소 점수(PCS)를 더한 뒤 감점(Total Deduction)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TES는 국내 팬들도 익숙한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악셀 등의 기술을 합친 점수다. 각각의 기술에 기본점수(Basic Value)가 붙어 있다.

선수들마다 자신의 역량에 따라 프로그램 구성을 달리하기 때문에 선수마다 최초에 주어지는 기본점수가 달라지게 된다. 또 각 기술요소는 심판진이 부여하는 수행등급(GOE)에 따라 가산점이 차이 난다.

특히 예술점수는 심판 판정에 따라 0.25점에서 10점까지 채점할 수 있는데 아무리 선수가 완벽한 연기를 구사했다 하더라도 연기를 바라보는 심판들의 주관적인 판단은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10점을 받는 게 쉽지 않다.

최근 들어 9점을 주는 심판들도 종종 생겨나고 있지만 이런 일들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피겨에서 만점이 나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꿈의 200점대' 돌파 눈앞

새로 바뀐 평가에서 여자 싱글 선수 중 합산 점수로 200점을 넘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남자 선수들은 여자 선수들이 하기 어려운 기술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200점을 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여자 선수들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다.

사실 여자 선수들 중에는 개인 최고 기록이 190점을 넘는 경우도 드문 일이다. 현역 선수들 중에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일본) 만이 190점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지난 2007년 '컵 오브 러시아' 대회에서 197.20점을 기록했으며 '라이벌' 아사다 마오는 지난 2006년 NHK트로피대회에서 199.52점을 받으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꿈의 200점대' 돌파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연아가 이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72.24점을 받아 '꿈의 200점대'에 성큼 다가섰다.

오는 7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127.76점 이상의 점수만 받는다면 꿈이 현실로 이뤄지게 된다.

김연아는 지난 2007년 '컵 오브 러시아'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인 133.70을 기록한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 그랑프리3차 '컵 오브 차이나'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얻은 128.11점만 받아도 '꿈의 200점'을 돌파하는 여자 싱글 최초의 선수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김연아가 지난해 12월 월드그랑프리파이널 대회에서와 같이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꿈의 200점' 돌파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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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