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깊게,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5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동향' 보고서 모두 심각한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수의 두 기둥인 소비와 투자는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1월 소비 관련 속보 지표를 보면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율은 3.9%로 작년 11월(9.8%)과 12월(9.1%)에 이어 석 달째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국산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4.1% 줄었다. 설비 투자 역시 지난해 12월 기계류와 운수장비 투자가 모두 전월에 비해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24.1%를 기록했다. 1월 한국은행이 집계한 제조업체 설비 투자 BSI(기준치=100)는 전달에 비해 소폭(80→81) 상승했지만 투자 심리가 개선될 정도는 아니었다.

수출 부진이 예상 외로 심각하다. 재정부에 따르면 1월 무역수지가 29억7000만달러 적자여서 경상수지 흑자 유지가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9월 13억5000만달러 적자에서 10월 47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된 이후 11월(19억달러) 12월(8억6000만달러) 연속 흑자 기조를 지켰지만 더 이상 어렵다는 얘기다.

재정부는 2월에도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수출 차질로 △성장률 저하 △대외 신인도 하락 △금융시장 불안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KDI는 실물 부문의 침체가 다시 금융 불안을 낳는 '2차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제기해 놓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지난해 12월 광공업 생산은 18.6% 급감해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였다. 정부는 1월엔 수치가 더 나빠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자연스레 고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12월 신규 취업자는 1만2000명 감소해 2003년 10월 이후 최저치였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