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에 대한 주문량이 늘면서 지난해 4분기 80%에 머물던 LG디스플레이의 공장 가동률이 90%를 넘어섰다. LCD TV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파주공장의 경우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다.

◆ 공장 가동률, 작년 4분기 80%->풀가동 수준까지
6일 증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로 LCD TV용 제품을 만들고 있는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가동률이 100%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라갔다. IT제품과 중소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나머지 공장의 경우에도 90%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지난해말 올해 극심한 경기침체를 예상한 완성품 업체들의 재고조정과 환율 때문.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수요 위축된 게 실제 소득 감소보다는 심리적 위축이 컸는데 이런 심리가 완화되면서 수요가 다시 늘어난 것 아닌가 한다"며 "완성품을 만드는 업체들쪽에서 작년말보다 물량이 많이 필요로 해, 주문이 늘었다"고 말했다.

강윤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완성품 업체들이 지난해말 올해 상반기 비수기와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할인판매 등을 통해 상당한 재고줄이기에 들어갔다"며 "메이저 업체들이 신제품을 준비해야하는 등의 상황이라 주문량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의 주요고객인 LG전자와 비지오 등은 공격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강 애널리스트는 "완성품 업체 입장에서는 LCD패널 가격이 많이 빠졌고 환율이 많이 떨어져서 지금 사면 절대 비싸게 사는 게 아니라고 여겨, 주문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가전하향(농민 가전제품 구매 보조금 지원정책)에 따른 수혜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가전하향은 수요가 많은 4대 가전제품(TV, 냉장고, 세탁기, 휴대폰)을 구입하는 농민에게 정부가 가격의 13%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전제품의 농촌 보급확대와 내수소비 촉진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민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로컬 TV 업체들 수요물량의 거의 절반을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며 "삼성에서는 공급하지 않 고 있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의 가동률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중소형 LCD TV 수요확대로 IPS(In-Plane Switching)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이는 LG디스플레이 주도아래 설립된 IPS연합의 8개 TV 세트업체에 5개의 중국 로컬업체가 포함돼 있는 등 그 동안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로컬 TV업체들과의 관계에 집중했고 IPS방식의 경우 광시야각을 확보할 수 있어 VA방식이나 TN방식 대비 중소형 LCD TV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예상보다 빠른 실적 개선…오버슈팅도 가능
이같은 높은 공장 가동률은 증권업계의 예상을 앞서는 수준으로,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실적도 예상보다 빨리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이미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들어 40% 가까이 급등했다.

이민희 애널리스트는 "작년말부터 재고가 줄어서 바닥이 났으며 수요 증가로 패널가격도 오를 것"이라며 "월별로 LG디스플레이의 흑자전환은 4월전후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윤흠 애널리스트도 "1분기 지금 분위기로 봤을 때 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며 "지금 상황에서 이런 분위기가 일시적으로 끝나는거 아니냐는 걱정도 있지만 펀더멘털이 하반기로 갈수록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혓다.

강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기대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대부분 놀라고 있는 상황"이라며 LG디스플레이의 주가가 오버슈팅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주가는 실적에 선행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하반기에 실적이 좋아진다고 가정하면 상반기에 오버슈팅(주가급등)도 가능할 것"이라며 "그런 변화를 놓지면 다시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오전 10시 58분 현재 전날보다 1400원(5%) 오른 2만9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