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 가격 상승을 지속해온 강남권 외에 일부 비(非)강남권 지역까지 상승세에 동반했다. 서울 외 수도권과 신도시 집값 하락세도 둔화하는 추세여서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집값 상승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장기간 하락 이후의 일시적인 가격 조정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해 추격 매수에는 주의가 요구된다. 6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이번 주 0.05%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하락세를 지속했던 서울 집값은 올 들어 1월 둘째주에 반등,2주 연속 상승하다 지난주에는 보합세(0%)를 기록했으나 일주일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셋값도 지난주 0.07%에서 이번 주 0.09%로 상승폭이 커졌다.
목동 트라팰리스 분양권 일주일만에 50가구 거래
지역별로는 제2롯데월드 개발호재가 있는 송파구의 매매가격이 이번 주 0.51%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강동구(0.15%),강남구(0.06%),서초구(0.06%) 등 다른 강남권도 모두 상승했다. 비강남권 지역에서는 양천구와 영등포구(0.17%),동대문구(0.10%)가 상승했고 관악구(0.01%)도 미미하나마 올랐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실거래 확대가 뒷받침된 결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이 서울의 중개업소 273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매매거래 활발지수'(0~100)에 따르면 지난달 초 2.2였던 서울 부동산 거래활발 정도는 이번 주 7.2를 기록,지난해 7월 초(7.4)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는 부동산 중개업소 100군데 가운데 7.2곳이 "거래가 보통 이상의 수준으로 이뤄진다"고 답했다는 의미다.

서울 집값 상승은 특히 재건축 아파트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은 0.31%로 일반 아파트(0.02%)를 크게 웃돌았다. 송파구 잠실동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주공5단지에는 매수세가 꾸준히 몰리고 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거래가 거의 없었으나 지난달에는 단지 전체적으로 약 20건이 거래됐으며 이번 주에도 3건 정도가 팔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일반 아파트 거래도 활발해졌다. 41~49층 4개동으로 이뤄진 양천구 목동 트라팰리스는 이달 초 입주를 전후해 522가구 가운데 50가구가 넘는 분양권이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팰리스는 다른 단지에 비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주택 크기별로 1억~2억원가량 프리미엄이 붙었다. 목동의 한 중개업자는 "2005년 분양 당시 분양가는 8억5000만원 정도했으나 현재 9억5000만~10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목동 트라팰리스 분양권 일주일만에 50가구 거래
신도시와 수도권 집값은 하락세가 완만해지고 있다. 지난 1월 첫째주 -0.18%였던 신도시 가격 변동률은 이번 주 -0.01%,수도권은 -0.09%에서 -0.03%로 둔화됐다.

이 같은 지역별 집값 상승과 하락세 둔화는 재건축을 중심으로한 규제완화책이 최근 잇따라 나온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재건축 용적률 법적한도까지의 상향과 한강변 고층 재건축 허용 등 호재로 인해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일반 아파트와 인근 지역 집값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송파구에서 제2롯데월드 개발 호재가 터지고 재건축 신규 대단지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와 함께 저금리 기조와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 등 추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집값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콘텐츠팀장은 "가격이 오른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매수자와 매도자 간 호가 격차가 커 추격매수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일시적인 상승일 뿐"이라며 "실물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만 홀로 호황을 누리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이호기/조귀동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