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회사의 대대적인 조직개편 이후 첫 출장지로 미국을 선택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진원지이자 최대 시장인 미국을 둘러보고 주요 거래선들과의 전략적 협력도 강화하기 위해서다. 8일 삼성에 따르면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전무는 삼성전자의 주요 거래선인 애플과 AT&T의 경영자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6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 전무는 9일 애플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팀 쿡 COO(최고운영책임자)와 만나 삼성전자와의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어 11일에는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AT&T의 모바일부문 CEO(최고경영자)인 랠프 델라 베가와 면담을 가진 뒤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 피터 위버로스 위원장과도 접촉할 계획이다. 13일에는 AT&T의 초청으로 이 회사가 개최하는 페블비치내셔널 프로암 골프대회에 참가한다.

이 전무는 대외 일정을 마친 뒤 북미 지역 법인들을 방문,글로벌 경기침체로 위축돼 있는 미국 시장 현안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전무가 올해 첫 해외 출장인 미국 방문을 통해 과거에 수행했던 고객과의 접점 역할을 재가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에 이 전무가 만나는 애플과 AT&T의 대표들은 각각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휴대폰 부문 매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을(乙)의 입장에서 갑(甲) 기업의 경영자들을 만남으로써 불황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전무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위버로스 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무가 IOC 위원을 맡아 온 이 전 회장에 이어 삼성의 스포츠마케팅 전략 수립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삼성 안팎의 중론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