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때 보였던 긴장감이나 법안 관철 의지는 찾아볼 수 없고 '미디어 법안이나 금산분리 규정은 절충이 필요하다'는 식의 타협안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희태 대표의 4월 재보궐 선거 출마설에 따른 '조기 레임덕' 현상에 친이 · 친박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당 전열이 흩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요즘 한나라당은 '지도부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희태 대표가 4월 재보선에 출마할 뜻을 굳히면서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 하고，원내 사령탑인 홍준표 원내대표도 5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만큼 여야 관계를 무난하게 이끄는 데만 신경을 쓰는 눈치다.

박 대표 측근들은 "4월 재보선에서 낙선하면 대표직이 날아간다"며 법안 처리보다 '박 대표의 원내 재진입'에 주력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 역시 "말년 병장이 제대를 앞두고 너무 힘써서야 되겠느냐"며 주요 쟁점 법안 처리에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친이(친이명박)계가 J의원을 차기 대표감으로 탐색 중이다" "5월 원내대표 경선에 중진 A의원을 다시 컴백시켜려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3월로 예정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과 이에 따른 친박(친박근혜)계의 대응 움직임 등 계파 갈등이 확산되는 기류도 법안 처리에 집중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이 임박하면서 당 내에서는 향후 권력지도 재편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친박계는 최근 들어 미디어 관련법，국회폭력방지법 등 당론으로 추진하는 주요 법안에 대해 산발적인 반대 의견을 내놨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여의포럼과 선진사회포럼 등 친목모임의 통합 작업이 추진되고 있고, 친이 진영의 안국포럼 출신 인사들도 최근 회동이 잦아지면서 본격적인 '세(勢) 확보전'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