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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인터뷰] "포용을 잃은 사회… '엄마의 마음' 되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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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숙 소설가… '엄마를 부탁해' 열풍
    소설가 신경숙씨는 "요즘 엄마 역할을 하고 지낸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출간한 장편 《엄마를 부탁해》(창비)가 화제를 모으면서 강연이나 작가와의 만남,인터뷰 등의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출간 석 달 만에 판매량 40만부를 돌파했고,요즘도 하루 평균 4000부 이상 팔려 나가고 있다.

    모두에게 '엄마'는 성역이다. 하지만 늘 굳건하게 우리를 돌보고 지켜줄 거라고 믿었던 성역도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은 늘 잊혀진다.

    그래서 신씨는 가는 곳마다 우리가 몰랐던 '엄마'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고 역설한다.

    신씨를 지난 6일 평창동 토탈미술관 내 카페에서 만나 '엄마'와 가족에 대한 생각,경제위기 속에서 팍팍하고 각박해지는 우리 사회를 보는 그의 시선에 대해 물었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은 독자들 대부분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엄마를 부탁해》는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려고 쓴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엄마'와 행복해지기 위해 쓴 작품입니다. 저도 엄마가 아직 내 곁에 있다는 행복감으로 이 소설을 써내려 갔으니까요. 우리는 멀리 있는 존재들에게 예의를 차리느라고 가까이 있는 존재들에게는 오히려 무심합니다. 저만 해도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라 치면 '다음에'라고 미루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간순간이 다음인데,약속한 '다음'이 과연 언제나 다시 오겠어요? 아울러 이 소설을 읽고 흘리는 눈물이 슬픔의 눈물이 아닌 치유와 정화의 눈물이었으면 좋겠어요. "

    ▶이 작품이 작가 개인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이 작품을 쓰면서 저도 변했습니다. 언제나 나를 지켜봐주고 등을 다독여주던 엄마가 약해졌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제는 내가 엄마를 돌보아야 하는 때가 왔다는 걸 깨달았지요. "

    ▶어머니께서는 이 작품을 읽어보셨나요.

    "엄마에게 아직 이 작품을 읽어드리지 못했어요. 이전에 제가 쓴 소설을 엄마에게 읽어드리면 한 30~40분 듣다가 잠드시더라고요. 엄마가 남의 말 하듯 '네 이번 소설,다들 재미나게 읽었다고 하더라'고 말씀하신 걸 보면 이미 보셨는지도 모르겠어요. 기회가 되면 제가 직접 읽어드리긴 하겠지만 생각만 해도 왠지 수줍고 부끄럽네요. "

    ▶어머니께서는 어떤 분이신가요

    "제게 엄마는 인간 세상을 정확하게 궤뚫고 있는 두꺼운 책입니다. 작품을 쓰다 막힐 때마다 저도 모르게 엄마에게 전화를 해요. 《엄마를 부탁해》를 쓰는 동안에도 엄마에게 전화를 많이 했고,엄마의 두툼하고 마모된 손이 제 손을 붙잡고 함께 글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엄마'라는 소재는 이미 많은 문인들이 다룬 터라 부담스럽지 않았습니까.


    "어머니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은 많았지만 막상 장편소설로 다룬 경우는 드물어요. 문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오늘날 우리를 있게 해준 엄마의 자리가 너무 없더라고요. 우리가 전통적인 어머니상에 가둬 놓은 엄마 안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싹트고 있는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엄마란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죠.옭아매고 있던 사슬이 하나하나 풀리는 듯한 생동감으로 엄마가 살아나길 바라며 썼어요. "

    ▶엄마는 가족을 위해 많은 걸 희생했던 존재입니다. 하지만 미래에도 이렇게 엄마의 희생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신은 모든 곳에 존재하지 못해서 대신 어머니를 내려보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감동적이기도 하지만 엄마를 고단하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당시 시대가 엄마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웠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사회와 가족 모두가 엄마의 짐을 나눠서 짊어져야 할 때입니다. 엄마도 인간이니까요. 사람을 돌보고 성장하게 하고 변화하게 하는 일은 이제 엄마만의 몫이 아닙니다. 사회가 복잡해져서 그럴 수도 없고요. "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족의 가치를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하지만 경제난이 오히려 가족 붕괴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특히 사회 진입 기회 자체가 줄어든 20대의 현실이 힘겨워 보입니다. 자녀가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런 때 가장 힘이 돼 주는 존재가 가족이 아닐까요? 다른 방법이 거의 없으니까요. 하지만 가족의 돌봄과 위로가 필요한 때에 오히려 가족이 흔들리기도 하지요. 어느 때보다 결속력이 필요한 시기에 말입니다. 이럴수록 말이 중요해집니다. 가족과 같이 항상 만나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거든요. 상황이 나쁠수록 극단적인 말을 지양하고,애를 써서라도 힘이 되는 말만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

    ▶소설을 뛰어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는 우리가 파악하기 힘든 미로 같은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최근 강호순 사건이나 용산 참사 사건을 보고 있으면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문장으로 재구성되고 그림으로 그려지면서 아픔이 이중,삼중,사중으로 다가와요. 이럴 때 문학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사회가 밝고 풍요로울 때보다 일이 잘 안 풀리고 어둡고 절망스러울 때 문학에 의지하고픈 마음도 커지니까요. "

    ▶용산 참사 사건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언제부터인가 우리 시대는 엄마의 마음가짐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 사회가 모성을 지니고 있었다면 용산 참사의 경우에도 대화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출구를 찾아가는 노력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사건 전개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대화없이 서두르며 시작한 일이 참사를 불러왔다는 생각에 참담합니다.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라는 평범한 가치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있었다면 귀한 인명을 잃는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람과 대화하고 배려하고 돌보는 모성이 사회 곳곳에 파고들었으면 좋겠어요. 사회 구성원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사회에 기대며 살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정 내에서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존재가 엄마인 것처럼,사회 또한 사회 구성원들에게 패배하고 깨져도 다시 사회를 엄마처럼 의지하며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말입니다. "

    ▶여성들을 연쇄살인한 강호순 사건도 작가의 눈에는 남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제가 여자여서 더 그랬을까요. 날카로운 흉기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을 겁니다. 선량한 얼굴을 한 이웃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보도를 접한 우리는 주변 사람들을 불신하고 경계하지요. 강씨의 가족들 또한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 처한 인간이라도 연민으로 감싸안는,어머니의 마음에 가장 가까이 있는 글쓰기를 하고 싶습니다. 문학은 제게 큰 어머니와 같은 존재거든요. 피해자의 가족,강씨의 가족,그리고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상처를 입은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언어로 감싸안아줄 수 있을까,문학을 통해 상처를 다독여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제게 남았습니다.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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