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피셔의 성장주 투자방식은 국내 증시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동양제철화학 투자가 전형적이다. 미래에셋과 동양제철화학의 인연은 2006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당시 일본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일본 샤프사가 태양광발전 모듈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착안,곧바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리서치에 나섰다.

조사 결과 동양제철화학이 태양전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생산에 필수적인 '염화실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태양광발전에 대한 분석을 위해 각종 해외보고서와 세미나 전시회 등의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피셔처럼 철저하고 광범위한 '사실 수집'에 나선 것이다.

태양광발전과 동양제철화학의 성장 잠재력에 대해 확신이 서자 구 사장은 투자를 결정했고 그해 9월 말까지 미래에셋은 8%의 대규모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동양제철화학은 태양광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평가받으며 주가가 3만원대에서 지난해 5월엔 44만원까지 치솟았다. 지금도 23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미래에셋은 지금도 이 회사 지분 12.14%를 보유 중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다른 투자자들이 동양제철화학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을 때 한발 앞서 성장성을 알아보고 투자한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치를 계산하기 어려운 요즘같은 불황기엔 피셔의 방식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피셔처럼 명탐정 셜록 홈즈나 형사 콜롬보 같은 철저한 사실 수집을 통해 투자 종목을 골라낸다면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사양산업에서도 진주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