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로 아이슬란드 연정이 붕괴된 데 이어 2005년 출범 이후 비교적 무난한 행보를 지속해온 독일 대연정도 삐걱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독일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기독사회당(CSU) 소속인 미하엘 글로스 독일 경제장관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PD)과 기사당,그리고 또 다른 연정 당사자인 사회민주당(SPD) 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 주간지인 빌트 암 존타크는 7일 글로스 장관이 메르켈 총리와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당수에게 사퇴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글로스 장관은 제호퍼 당수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 나이가 올해 벌써 65세인데 9월28일 열릴 총선 이후까지 장관을 맡는다는 건 내 인생 계획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기사당의 혁신 차원에서 물러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호퍼 당수는 글로스 장관의 이 같은 요청을 즉각 거부했다. 독일의 대연정 참여 정당들은 각 당의 몫으로 정해진 각료직에 대한 인사 추천권이 있으며 이 권한은 사실상의 임명권으로 간주되고 있다.

1976년 의회에 진출한 글로스 장관은 기민 · 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의 대연정이 출범한 2005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경제부를 이끌어왔다. 그는 취임 후 독일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 등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일 경제를 탄탄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부양안을 내놓는 과정에서 감세 문제와 관련해 메르켈 총리 및 사민당과 마찰을 빚었다.

메르켈 총리는 글로스 장관의 감세 주장을 계속 무시하다가 결국 최근 2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감세안을 포함시켰지만,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껄끄러운 상황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총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불편한 동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연정의 혼란상이 노출됐다면서,특히 글로스 장관이 연정 내 기사당의 위상 하락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연정 출범 이후 지금까지 각료직에서 물러난 인사는 2007년 11월 노동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프란츠 뮌터페링 현 사민당 당수와 지난해 10월 농업장관직을 사퇴한 제호퍼 당수 등 2명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