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개혁파의 기수,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이 오는 6월 12일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라고 8일 공식 선언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란의 운명을 걱정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침묵을 지킬 순 없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대선에 출마할 것을 엄숙하게 선언한다"고 밝혔다.

하타미는 1997년 대선에서 보수파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보수파가 권력을 지배해 오던 이란 정치권에 일대 변혁을 가져 왔다.

2001년 대선에서도 77%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그는 종교지도자(ulama)들의 제왕적 권력 해체 및 헌법수호위원회(Guardian Council)에게 부여된 과도한 종교적 권력 제한을 시도하는 등 개혁적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의회를 장악한 보수파 등에 의해 개혁 작업이 번번이 가로막혔고 이는 개혁파의 무능으로 비치면서 2005년 대선에서 반미 강경 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후보가 대승을 거두는 결과를 낳게 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미국과 스포츠와 문화 교류를 장려하며 대미 관계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면서 미-이란 관계에 있어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의 출마가 확정됨에 따라 이란 대선은 각각 개혁과 보수를 대표하는 하타미 전 대통령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양강 구도 아래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출마를 공식 선언하진 않았지만 재선 도전이 유력시되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은 강점이지만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 등 경제 실정 때문에 인기가 매우 떨어져 있는 상태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미-이란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인물로 꼽히며 지지기반을 넓혀가고 있지만 그 또한 과거 집권 당시 정치개혁 실패와 경제 실정의 과오 때문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하타미 외에 중도개혁파 정당 `국민신뢰'의 메흐디 카루비 대표가 유일하다.

이밖에 모하마드-알리 나자피 전 부통령, 하산 로와니 전 핵협상단 대표, 모하마드 갈리바프 테헤란 시장 등도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