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인가. 배가 떨어질 때 까마귀가 난 것인가.'

지난해말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이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한 이후 증여가액 산정 기준일이 끝날 때쯤 발생한 대형 호재로 최근 서울반도체 주가가 급등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일본 니치아공업과 크로스 라이센스(Cross License, 특허상호실시허락) 체결 소식에 9거래일만에 70% 가량 급등했다.

회사측은 니치아공업과의 협의는 2006년부터 이뤄진 것으로, 증여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해 12월 10일 보유중이던 회사 주식 가운데 897만6076주(17.66%)를 아들인 민호씨와 민규씨에게 각각 448만8038주(8.83%)씩 증여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상장주식의 경우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증여가액은 증여일 전후의 2개월(합쳐서 4개월)간 종가를 평균해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여가액 산정기간은 내일(10일)로 끝나게 된다.

논란이 된 것은 증여가액 산정기간이 끝날때쯤 니치아와 특허 소송 중단과 크로스 라이센스를 체결하면서 증여가액에 비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 서울반도체 주가는 서울반도체와 니치아의 합의 소식은 지난 2일을 전후로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상한가를 시작으로, 전주말까지 70% 가량 급등했다. 이는 전주말까지 산정한 증여가액 9795원보다 73% 이상 높은 수준으로, 내일 증여가액 산정이 종료되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증여를 받은 이 사장의 두 아들은 증여받은 지 얼마되지 않아 큰 폭의 차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니치아와의 어느정도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증여가 결정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서울반도체의 한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12월 자식에게 900여만주를 증여할 때 이미 어느 정도 니치아와 합의에 이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반도체는 니치아 합의와 증여 사이에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반도체와 니치아 양측이 판사와 만나서 조정하는 절차가 있었는데 2006년부터 협의가 진행돼 왔다"며 "지난해말 증여시점과 관련해서는 주가 저점이라는 인식과 다른 기업들의 증여가 이어지고 있었던 점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로 서울반도체의 기업가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이날 서울반도체에 대해 니치아의 모든 특허를 사용할 수 있게 돼, 글로벌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조정하고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소송비용 급감 및 영업 활성화로 영업이익 급증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만4200원으로 13% 상향조정했다.

한화증권도 소송종결로 비용부담이 희석돼 높은 수익성 확보가 예상되고 글로벌 5대 LED(발광다이오드) 생산업체인 니치아와의 협력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며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2만원을 유지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