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이장(移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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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에서는 조상의 묘를 쓴 후 자손이 정신병 불치병 등에 걸리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죽을 때, 그리고 사업에 번번이 실패하거나 소송에 자주 휘말리는 등 집안에 흉사가 끊이지 않으면 묏자리를 소위 흉지(凶地)로 간주하고 이장(移葬)을 권한다. 묘터가 잘못돼 조상이 노한 탓에 집안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이장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로 여겨졌고 따라서 여기에는 각종 금기도 많았다. 가급적 윤달에 해야 했고 새로 옮기는 묘터의 주변 환경이 어떤지, 수맥은 흐르지 않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등 절차가 매우 까다로웠다. 이장할 때 후손중 임신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금기(禁忌)도 있어 부부관계도 자제토록 했다고 한다.
그래서 풍수에는 '현재의 묘지보다 열 배 이상 좋은 터를 찾지 못하면 이장하지 말라'는 격언도 전해진다. 그만큼 조상의 묘를 옮겨서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일 게다. 내로라하는 정치인 중 선거를 앞두고 조상묘를 이장하는 사례가 많지만 그 덕을 본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물론 조상묘 이장 후 집안이 크게 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문 케이스다. 그래서 풍수전문가들은 이장은 잘해야 본전이라며 가급적 조상묘에 손을 대지 말라고 충고하는 편이다.
최근 들어 이장 문의와 예약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이장 전문업체들에 따르면 올해 이장 예약 건수는 예년에 비해 평균 3배가량 많아졌다고 한다. 올해 윤달이 끼어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경기침체로 되는 일이 없자 이장이라도 해보자는 사람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역시 윤달이 들어 있던 2006년과 비교해도 올해 이장 건수가 월등히 많다는 것만 봐도 윤달보다는 불황이 최근 '이장 붐'의 주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이장에 이토록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 오죽 답답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잘되면 내탓, 안되면 조상탓'으로 돌리는 세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혹시 명절 연휴 때면 해외여행 다니느라 조상 묘 한번 찾지 않던 이들이 요즘 '이장 붐'을 이끌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그러나 예로부터 이장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로 여겨졌고 따라서 여기에는 각종 금기도 많았다. 가급적 윤달에 해야 했고 새로 옮기는 묘터의 주변 환경이 어떤지, 수맥은 흐르지 않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등 절차가 매우 까다로웠다. 이장할 때 후손중 임신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금기(禁忌)도 있어 부부관계도 자제토록 했다고 한다.
그래서 풍수에는 '현재의 묘지보다 열 배 이상 좋은 터를 찾지 못하면 이장하지 말라'는 격언도 전해진다. 그만큼 조상의 묘를 옮겨서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일 게다. 내로라하는 정치인 중 선거를 앞두고 조상묘를 이장하는 사례가 많지만 그 덕을 본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물론 조상묘 이장 후 집안이 크게 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문 케이스다. 그래서 풍수전문가들은 이장은 잘해야 본전이라며 가급적 조상묘에 손을 대지 말라고 충고하는 편이다.
최근 들어 이장 문의와 예약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이장 전문업체들에 따르면 올해 이장 예약 건수는 예년에 비해 평균 3배가량 많아졌다고 한다. 올해 윤달이 끼어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경기침체로 되는 일이 없자 이장이라도 해보자는 사람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역시 윤달이 들어 있던 2006년과 비교해도 올해 이장 건수가 월등히 많다는 것만 봐도 윤달보다는 불황이 최근 '이장 붐'의 주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이장에 이토록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 오죽 답답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잘되면 내탓, 안되면 조상탓'으로 돌리는 세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혹시 명절 연휴 때면 해외여행 다니느라 조상 묘 한번 찾지 않던 이들이 요즘 '이장 붐'을 이끌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