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환헤지 상품인 키코에 대해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법조계가 술렁거렸다.

국내 변호사 수만 300명이 넘는 국내 1위 법률회사 김앤장과의 공방에서 변호사 수 100명이 채 안 되는 10위권의 중형 로펌 로고스가 이겼기 때문.

일각에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까지 얘기할 정도였다. 재미있는 것은 키코 관련 소송에서 은행 측 대리인은 대부분 대형 로펌인 반면 중소기업 측은 중 · 소형 로펌이 대리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가처분 결정이 나온 3건을 보면 김앤장과 로고스,율촌과 세화,김앤장과 한승 등의 대결 구도다. 중소기업을 대리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진행된 소송에서 상대 측은 모두 김앤장,광장,율촌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키코 소송이 대형 로펌과 중 · 소형 로펌의 힘 겨루기처럼 보이는 이유는 은행들이 보통 대형 로펌과 자문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형 로펌이 자문 계약을 맺은 은행을 상대로 하는 소송을 수임했을 경우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양측을 모두 대리하게 되는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법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수의 대형 로펌과 자문 계약을 맺고 있어 이들을 제외하고 나니 중형 로펌들만 남았다는 얘기다. 중소기협중앙회 측이 키코 소송을 맡기기 위해 주요 대형 로펌들의 의사를 타진했을 때 대부분 난색을 표명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