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강타한 사상 최악의 산불로 1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호주 남동부의 빅토리아주 등에서 발생한 동시다발적 대규모 산불로 9일 오후(현지시간) 사망자 수는 126명으로 증가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주정부는 수만 명의 소방대원 및 군병력을 동원해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31군데서 산불이 이어지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빅토리아 주정부는 사망자가 23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소방당국은 산불이 주택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뭄과 폭염으로 호주 전역이 바짝 말라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산불로 소실된 면적은 홍콩의 3배에 달하는 3000㎢에 달한다. 피해가 집중된 멜버른 북쪽 킹레이크 및 주변 지역 주택 550채를 포함,최소 750채의 가옥이 전소되면서 37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번 산불이 방화범에 의해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케빈 러드 총리는 이날 "이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며 "방화범은 대량학살자"라고 비난했다. 경찰은 시드니 북쪽 피츠리지에 방화해 가옥 10여채와 삼림 200㏊를 불태운 혐의로 31세 남성을 검거해 법정에 세웠다. 15세 소년도 8일 시드니에서 두 시간가량 거리 떨어진 블루마운틴에서 산불을 일으킨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다음 달 법정에 선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