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투자자들의 투자 등급이 중간 단계인 '위험중립형'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이 등급에 맞춘 주식 · 채권 혼합형펀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이틀 사이에만 430개가 넘는 혼합형펀드가 새로 만들어졌을 정도다. 이 펀드는 정통 주식형 및 채권형펀드에 가려 시장에서 인기가 거의 없었던 터라 자통법으로 새로 빛을 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 증권 등 펀드 판매사들은 투자 성향 분석에서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중립형 고객을 겨냥,혼합형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투자 성향조사 결과 '위험중립형'으로 분류되는 고객들에게는 별도의 투자자확인서 없이 간편하게 혼합형펀드를 팔 수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국내 채권과 주식에 같이 투자하는 '피델리티 코리아 채권혼합형'과 국내 채권,아시아지역 주식을 편입하는 '피델리티아시아 채권혼합형' 펀드 2종을 출시했다. 이 펀드는 전국 씨티은행 지점을 통해 판매한다.

SC제일은행도 이날부터 KB자산운용의 혼합형펀드 판매에 나섰다. 이 펀드는 주식투자로 수익이 나면 채권으로 전환해 운용된다.

실제 혼합형펀드는 크게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혼합형펀드는 자통법 시행 전인 지난달 279개가 신규 설정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181개, 3일에는 254개가 만들어졌다. 수익률은 6개월 이상은 마이너스지만 3개월 기준으로 2% 안팎에 이른다.

구준회 하이자산운용 리테일팀장은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중위험 신상품 설정이 만만찮아 기존에 잘나가고 있는 혼합형펀드를 적극적으로 마케팅 중"이라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우재룡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장은 "주식투자에 제한이 있던 기관들 정도나 가입할 뿐 시장에서 잊혀져 가던 혼합형 펀드가 다시 늘어날 전망"이라면서도 "'비빔밥형' 상품인 혼합형펀드보다는 '뷔페형'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에 일정 부분씩 나눠 투자함으로써 전체 자산의 위험을 낮추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