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만 빼고 다 안녕합니다. "

요즘 국내 패션 업체 종사자들이 입에 달고 사는 인사말이다. 경기불황과 함께 해외 브랜드에 밀려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나홀로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국내 브랜드가 있다.

제일모직의 여성복 '구호'.구호의 지난해 매출액은 650억원으로 전년보다 25%나 증가했다.

국내 여성복 선두인 '타임'이 -4%로 역신장했고,미샤가 10% 급감하는 등 국내 여성복 브랜드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여성복 최대 유통 채널인 롯데백화점에선 신장률이 43.4%에 달했다.

여성복 시장에서 10년 이상 정상을 지키고 있는 타임을 바짝 뒤쫓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도 10%대의 성장이 예상된다. 구호의 이 같은 독주 비결은 뭘까.

패션 대기업인 제일모직의 풍부한 자금력과 유통망,디자이너 정구호의 차별화된 디자인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졌다는 게 패션 업계의 분석이다.

원래 구호는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1997년 청담동에서 부티크 매장으로 시작한 디자이너 브랜드다. 이후 2003년 여성복 강화 차원에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의 주도로 제일모직이 인수했다.

인수 후 2004년 140억원인 매출이 4년 뒤 65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마케팅과 유통 부문에서 제일모직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호는 1년에 두번씩 대형 패션쇼를 여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제일모직의 김정미 구호 팀장은 "보통 4억~5억원 이상을 투자할 정도로 명품 브랜드 이상의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며 "그 시즌에 앞선 트렌드를 제시하는 유행을 선도하며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구호가 추구하는 디자인 컨셉트는 미니멀리즘. 이는 최근 자연스러운 착용감을 선호하는 패션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여성 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다른 브랜드의 경우 고객층이 20~30대에 한정됐지만 구호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백화점의 김소현 여성복 MD는 "브랜드 충성도가 어느 경쟁 브랜드보다도 높은 것이 구호의 강점 "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