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 내정자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용산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으며,이명박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내정자는 검찰이 '용산 참사'에 대해 경찰의 법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명예회복은 된 것으로 보고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용퇴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9일 오전까지만 해도 "김 내정자 거취에 대해선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해,일각에선 유임설이 돌기도 했다. 더군다나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 데다 이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책임자부터 물러나게 한 경우가 있었으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격론 끝에 김 내정자를 교체키로 방향을 잡았다. 김 내정자가 비록 용산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2월 임시국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김 내정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쟁점 법안들의 처리에 발목이 잡히면서 국정드라이브 시도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 내정자의 교체에 대해 반대 여론이 더 높게 나왔음에도 교체카드를 선택한 데는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경찰조직의 사기문제를 적잖게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불법 폭력시위'를 막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무조건 책임부터 물을 경우 경찰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새 정부의 핵심과제인 법질서 확립도 요원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20일 넘게 끌어 온 것은 이 같은 기류와 맥이 닿아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선(先)진상규명,후(後)처리'원칙을 수차례 밝히면서 자진사퇴 모양새를 취한 것은 경찰의 사기와 김 내정자의 명예를 배려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차기 경찰청장 후보에는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주상용 서울경찰청장,강희락 해양경찰청장 등도 물망에 오른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