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미래에셋증권은 새로운 파생결합증권(DLS)을 선보였다. 기존의 DLS는 주로 금리나 원유 금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것이었지만 미래에셋이 내놓은 상품은 탄소배출권 선물을 바탕으로 설계된 독특한 상품이다. 상품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한 자본시장통합법이 이달부터 시작된 덕분이다. 이 상품은 수익률 결정 구조도 색다르다. 우선 기본수익률 27%가 주어진 상태에서 시작해 매월 수익률을 12번 누적해 1년 만기 수익률을 결정한다. 다만 매월 수익이 1%를 초과할 경우는 해당월의 최대 수익은 1%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매월 탄소배출권 선물가격이 1% 이상 상승한다고 할 때 최대 수익률은 연 39%가 된다. 반대로 하락할 경우에는 누적 차감하는 손실률을 32%로 제한해 가능한 최대 손실은 -5%로 짜여졌다.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파생상품운용본부 상무는 "자통법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투자상품"이라며 "탄소배출권뿐 아니라 새로운 기초자산을 다양하게 도입해 상품개발에 나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자통법 출범으로 증권사 간 신상품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투자자 보호와 함께 자유로운 상품개발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 자통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상상 가능한 금융상품이 대거 쏟아지는 '금융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게 되면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상상하는 모든 것들이 상품으로

과거 증권관련법에는 유가증권과 장내외 파생상품의 종류가 구체적으로 열거돼 있었다. 법에 열거된 항목만 인정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열거주의라고도 부른다. 주식 채권 유가증권 통화 등 법률상 가능한 상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상품개발에 제한을 받게 된다.

하지만 자통법은 금지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이 인정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용한다. 이른바 포괄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파생상품 기초자산의 범위가 실업률과 같은 거시경제 변수에서 탄소배출권 일조량 날씨 등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대상으로 확대된다. 전세금이나 음반 로열티,상속권 등 재산가치가 있는 모든 것들을 기초로 한 유가증권의 개발이 가능하다. 신용연계 또는 펀드연계 증권,역변동금리증권 등의 결합상품도 등장할 수 있다. '투자성' 즉 원금의 손실이나 추가지급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상품을 금융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 금융사뿐 아니라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목적과 성향에 맞는 금융상품을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물론 기초자산의 가격을 평가하는 시스템 등 보완해야 할 점도 많아 신개념의 상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상품화가 가능한 파생상품으로 부동산과 날씨 등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미국에서는 이미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상장된 날씨 파생상품은 공항이 있는 미국 14개 도시 기온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것이다. 미국의 날씨 관련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지수 파생상품도 지수화하기 쉬운 데다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도 많다는 점에서 조만간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CMA 연계 신용카드 등 상품 다양

이르면 오는 5월부터 증권사도 금융결제망 가입이 가능해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신용카드 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카드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자통법이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을 감안해 목표수익률 달성 후 투자대상을 안전자산으로 전환하는 등 안전성을 강화한 상품들도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최근 랩 어카운트 상품인 '더 랩 610 전환형'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6개월간 우량주에 투자해 10% 수익률을 달성하면 자동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갈아타는 상품이다.

이 기간 중 손실률이 10%에 이르면 즉시 투자를 중단하며 1%의 운용수수료도 면제해 준다. 하나대투증권이 지난 8일부터 판매 중인 'KTB마켓스타주식혼합'은 저평가 우량주에 투자해 목표수익률 12%를 달성하면 채권형펀드로 전환하는 상품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원금손실이 난 주가연계증권(ELS)을 만기 때 주식 실물로 돌려주는 아이디어 상품을 준비 중이다. ELS는 주식과 달리 만기가 되면 수익률이 확정되는 상품이다. 따라서 기초자산 주식이 일정 수준을 벗어난 채 만기를 맞으면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상품은 이런 단점을 보완해 만기 때 손실이 날 경우 투자자가 원하면 기초자산 주식을 실물로 돌려줘 주가가 오르면 원금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우증권은 법인과 개인 고액투자자들을 겨냥한 '랩 오브 랩'을 검토 중이다. 랩 어카운트 계좌 아래 주식 펀드 채권 랩 등 다양한 자산을 묶어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