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웬 '땅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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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경기침체로 자산가치 하락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들의 '땅 자랑'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기업에 국제회계기준(IFRS)을 앞당겨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자 너도나도 자산재평가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어서다. 자산 재평가는 증시에서 주가 상승의 재료로 인식돼 해당 종목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자산 재평가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크게 기여하는 사례가 드문데다, 재평가 이후 부동산 경기가 안 좋으면 오히려 자산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어 '묻지마식'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산재평가株, '머니게임' 재료로 전락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장사들은 잇따라 자산 재평가 공시나 보도자료를 내놓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호에이엘을 필두로 대창공업 서원 유성티엔에스 영화금속 보루네오 한국특수형강 송원산업 등이, 코스닥시장에서는 이젠텍 넥사이언 유성티엔에스 서희건설 미주레일 등이 최근 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자산 재평가를 받았다.
자산 재평가는 기업의 장부에 올라있는 자산 가격을 현재의 가격으로 환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자산 재평가 이후 상당수 기업은 자본이 늘고 부채는 줄어 재무고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는 최근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998년 이후 10여년만에 자산 재평가를 허용했다.
문제는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증시에서 자산 재평가가 수익률 게임의 재료로 변질, 해당 기업의 주가를 휘젓고 있다는 데 있다.
코스닥 상장사 이젠텍의 경우 지난 10일 오후 1시 22분 자산재평가를 통해 267억원의 차익이 기대된다는 공시를 내자마자 주가가 상한가로 뛰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장부가 180억원인 보유 토지와 건물의 감정을 다시 받아본 결과 447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것.
공시 직후 키움증권 등 개인 매매가 많은 증권사 창구를 통해 수십만주의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평소 하루 10만주를 넘지 않던 이젠텍 주식의 거래량은 73만여까지 늘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의 매매를 하는 한 전업투자자는 "스캘퍼(초단기매매자)에게 요즘 최고의 관심 종목은 자산 재평가주"라고 말했다. 상장사의 자산 재평가 소식이 시장에 나오면 바로 매수 주문을 낸 이후 주가 급등 시 파는 '재료매매'가 성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기업가치와는 관계 없이 자산 재평가에 시장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산재평가 종목도 '옥석(玉石)' 가려야
자산 재평가가 증시에서 힘을 받는 것은 최근 지수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 한 가운데 '종목장세'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코스닥시장의 경우 2005년부터 눌려있던 시세가 최근 분출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작은 재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자산 재평가가 예정된 기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직접 상장사 IR 담당 직원에게 자산 재평가 여부를 묻거나 분기보고서 등을 뒤져 자산이 많은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증권사 메신저 등을 통해서는 비료 업체 K사, 축산물 업체 D사, 금형부품 업체 L사, 식품 업체 S사 등이 자산 재평가 공시를 준비중이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흘러다니고 있다.
자산재평가 공시를 예정하고 있는 한 상장사 직원은 "자산 재평가 공시 이전부터 매수세가 붙어 있는 종목을 많이 봤기 때문에 공시 시점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자산 재평가는 단순히 자산 가치를 현실화하는데 불과해 과도한 기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정의석 부장은 "자산 재평가가 단기 매매의 재료는 될 수는 있지만 기업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관련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면 장대 음봉이 나오는, 즉 큰손의 매도 시점에 파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도 "자산을 재평가 한 이후 부동산 경기가 나빠진다면, 그 이후 재평가에서는 오히려 자산이 감소하는 경우도 나올 것"이라며 "따라서 자산 재평가는 단기 테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M&A 전문기업 세종IB기술투자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 말 12월 결산법인의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시한을 앞두고 한계기업 중 일부는 자산 재평가로 증시 퇴출을 면하려 들 것으로 본다"며 "회사 덩치가 작고 손실이 많은 기업일수록 자산이 부풀려지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자산 재평가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크게 기여하는 사례가 드문데다, 재평가 이후 부동산 경기가 안 좋으면 오히려 자산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어 '묻지마식'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산재평가株, '머니게임' 재료로 전락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장사들은 잇따라 자산 재평가 공시나 보도자료를 내놓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호에이엘을 필두로 대창공업 서원 유성티엔에스 영화금속 보루네오 한국특수형강 송원산업 등이, 코스닥시장에서는 이젠텍 넥사이언 유성티엔에스 서희건설 미주레일 등이 최근 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자산 재평가를 받았다.
자산 재평가는 기업의 장부에 올라있는 자산 가격을 현재의 가격으로 환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자산 재평가 이후 상당수 기업은 자본이 늘고 부채는 줄어 재무고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는 최근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998년 이후 10여년만에 자산 재평가를 허용했다.
문제는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증시에서 자산 재평가가 수익률 게임의 재료로 변질, 해당 기업의 주가를 휘젓고 있다는 데 있다.
코스닥 상장사 이젠텍의 경우 지난 10일 오후 1시 22분 자산재평가를 통해 267억원의 차익이 기대된다는 공시를 내자마자 주가가 상한가로 뛰었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장부가 180억원인 보유 토지와 건물의 감정을 다시 받아본 결과 447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것.
공시 직후 키움증권 등 개인 매매가 많은 증권사 창구를 통해 수십만주의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평소 하루 10만주를 넘지 않던 이젠텍 주식의 거래량은 73만여까지 늘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의 매매를 하는 한 전업투자자는 "스캘퍼(초단기매매자)에게 요즘 최고의 관심 종목은 자산 재평가주"라고 말했다. 상장사의 자산 재평가 소식이 시장에 나오면 바로 매수 주문을 낸 이후 주가 급등 시 파는 '재료매매'가 성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기업가치와는 관계 없이 자산 재평가에 시장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산재평가 종목도 '옥석(玉石)' 가려야
자산 재평가가 증시에서 힘을 받는 것은 최근 지수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 한 가운데 '종목장세'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코스닥시장의 경우 2005년부터 눌려있던 시세가 최근 분출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작은 재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자산 재평가가 예정된 기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직접 상장사 IR 담당 직원에게 자산 재평가 여부를 묻거나 분기보고서 등을 뒤져 자산이 많은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증권사 메신저 등을 통해서는 비료 업체 K사, 축산물 업체 D사, 금형부품 업체 L사, 식품 업체 S사 등이 자산 재평가 공시를 준비중이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흘러다니고 있다.
자산재평가 공시를 예정하고 있는 한 상장사 직원은 "자산 재평가 공시 이전부터 매수세가 붙어 있는 종목을 많이 봤기 때문에 공시 시점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자산 재평가는 단순히 자산 가치를 현실화하는데 불과해 과도한 기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정의석 부장은 "자산 재평가가 단기 매매의 재료는 될 수는 있지만 기업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관련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면 장대 음봉이 나오는, 즉 큰손의 매도 시점에 파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도 "자산을 재평가 한 이후 부동산 경기가 나빠진다면, 그 이후 재평가에서는 오히려 자산이 감소하는 경우도 나올 것"이라며 "따라서 자산 재평가는 단기 테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M&A 전문기업 세종IB기술투자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 말 12월 결산법인의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시한을 앞두고 한계기업 중 일부는 자산 재평가로 증시 퇴출을 면하려 들 것으로 본다"며 "회사 덩치가 작고 손실이 많은 기업일수록 자산이 부풀려지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