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째 제자리 한국 철도] 서울~진주 車는 4시간ㆍ기차는 돌고 돌아 7시간 '철도 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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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선 작은 마을까지 철도로 연결… 유레일 패스 한장이면 어디든 OK
한국철도는 대부분 일제때 지은 것… 그나마 기차 안다니는 지역 더 많아
한국철도는 대부분 일제때 지은 것… 그나마 기차 안다니는 지역 더 많아
독일 베를린의 IT(정보기술)회사에서 일하는 토머스 리슨.폴란드에 사는 그는 국경 근처에서 매일 1시간30분가량 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출퇴근한다. 기차가 자동차보다 빠른 데다 역이 도심 한가운데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폴란드 슈테틴에 사는 리디아 훗덴도르프 부부는 주말마다 2시간정도 기차를 타고 베를린을 다녀온다. 독일인 남편의 지인을 만나고 베를린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유럽에서는 리슨이나 훗덴도르프 부부처럼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비즈니스맨이나 여행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철도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철도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뛰어넘어 비즈니스 도구로,관광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철도는 국가와 국가,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선진국의 'door to door' 서비스
포르쉐 벤츠 아우디 BMW 폭스바겐.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회사다. 속도에 제한 없이 달릴 수 있는 도로인 아우토반까지 갖춘 독일은 누가 봐도 자동차 강국이다. 이런 독일이 철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유럽 중앙에 위치해 인접 국가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철도를 택하면서 독일 곳곳으로 이어진 철도 길이만 3만4000㎞에 달한다. 고속철도,고속전철,S-bahn(시내 단거리 노선용) 등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인구 1000명도 안 되는 작은 마을까지 철도가 들어가 있어 자동차처럼 문 앞까지 태워다 주는 'door to door' 서비스도 가능하다.
철도는 유럽을 하나의 국가로 묶었다.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 유럽 21개국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무제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탑승권인 유레일패스는 여행객들이 챙기는 여행품목 1호다. 패스 하나면 하룻밤에 국경을 넘나들며 유럽 대륙을 누빌 수 있다.
일본의 철도도 항상 곁에 있어 어디서나 기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일본의 고속철도(신칸센)와 도쿄 시내와 근교를 다니는 지하철,모노레일은 시민들의 자가용이다. 유레일패스와 같은 JR패스도 있다. 패스 하나로 일본 7개 철도회사의 모든 기차를 타고 일본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다. 한국에도 KTX와 모든 열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KR패스'가 있다. 1박2일 또는 2박3일로 기차에서 숙박을 하며 관광하는 '해랑'이란 열차도 있다. 하지만 유레일패스 등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불편한 한국의 철도
한국의 철도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시속 300㎞가 넘는 고속철도가 놓여 4시간 걸리던 서울~대구 구간이 1시간40분대로 단축됐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철도 이용이 불편한 나라로 손꼽힌다. 기차를 타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에서 진주까지 차로 4시간이면 원하는 곳에 도착한다. 하지만 기차는 서울역에서 진주역까지 7시간 걸린다. 그나마 진주는 양호한 편이다. 아예 기차가 서지 않는 마을이 태반이다.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철도 대부분은 일제강점기 때 건설됐다. 광복 당시 한국의 철도 길이는 2642㎞.지금은 3399㎞다. 경부고속철도와 지하철(503㎞)을 제외하면 간선철도망은 60년간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정부는 2015년까지 철도를 3816㎞로 늘인다는 청사진을 만들었다.
반면 도로는 2007년 말 현재 10만3019㎞에 달한다. 1960년대 313㎞였던 고속도로는 3368㎞로 10배 이상 늘었다. 국도와 지방도는 9만9645㎞로 3.6배 증가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20년에는 고속도로가 지금의 2배 정도인 6000㎞,고속화 국도 4000㎞,지방도로 17만5000㎞의 도로망을 갖추게 된다. 김연규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실장은 "철도를 6000㎞ 수준으로 늘이면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여객은 21%에서 40%로,화물은 6%에서 40%로 올라간다"며 "경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철도 투자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효과도 큰 최적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