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파문'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민주노총 지도부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에 범좌파계열의 강경파가 다수 선정됐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법 개정 등 노동계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당분간 노정 간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노총은 1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강경파인 중앙파의 임성규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규모를 고려해 금속노조 소속 위원장을 선출하려 했으나 현재 금속노조에 현안이 많아 두 번째로 큰 공공운수연맹의 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9명의 비대위 위원에는 남택규 집행위원장(금속노조)을 비롯해 정갑득(금속노조),손영태(전국공무원노조),정용건(사무금융연맹),나순자(보건의료노조),남궁현(건설연맹),최종진(서울본부),배성태(경기본부),김종수(강원본부) 등이 선정됐다.

비대위원 가운데 임 위원장을 비롯한 6명은 강경 성향의 중앙파 소속이고 정갑득 위원장 등 4명은 온건노선의 국민파계열이다. 성폭력 파문에 휩싸여 있는 전국교직원노조는 비대위 구성에서 제외됐다.

비대위는 오는 4월8일 이전에 실시될 임원 보궐선거를 통해 새 지도부가 구성될 때까지 조직을 이끌게 된다. 비대위가 좌파 위주로 구성됨에 따라 민주노총은 투쟁 위주의 노선을 펼치면서 비정규직법 개정안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정부 및 경영계와의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파 등 범(汎)좌파 진영은 전임 지도부에 대해 '투쟁력이 부족하다'고 줄곧 비판해왔던 만큼 비대위의 역할로 설정된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법 개정 저지 등에서 투쟁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달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3일 출범한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조직이 도덕적으로 타격을 받은 만큼 강온파 간 주도권 싸움보다 범계파 차원에서 내부 조직원 간 통합을 모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집위는 이와 별도로 성폭력 사건의 전반적인 처리 과정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진상규명위는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성태 비대위원을 위원장으로 여성위원회,여성위원회 추천인 각 1명과 외부 전문가 2명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규명위는 오는 18일 중앙위원회 추인을 받은 뒤 보름간 활동하며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경우 중집위 동의를 얻어 일주일간 연장하게 된다.

한편 이준용 사무차장 등 실장 9명과 특별위원장 5명 등 간부 14명은 집행부 사퇴에 따른 관례를 따라 비대위에 보직사임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