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표적인 불황상품으로 금고가 잘 팔린다는 외신이 보도된 후 우리나라에서도 금고가 불황형 상품으로 뜨고 있다.

금융불안이 이어지면서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던 사람들이 알음알음 금고에 돈을 넣기 시작한 것. IMF때 간간히 선보였던 가정용 금고가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백화점의 정식 입점 브랜드로 자격이 바뀐 것이다.

12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압구정 본점에 가정용 금고 브랜드 루셀(LUCELL)을 정식 입점시켰다.

루셀은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말 일주일짜리 전시판매 행사로 선보였던 브랜드 제품으로, 행사기간 동안 40여대를 판매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말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서 진행된 '크리스털 라이즈드 대전'에도 초대돼 고객들의 눈길을 모았었다.

상품본부 백두현 MD관리 담당은 "백화점에는 1000여개가 넘는 브랜드가 입점해있지만 가정용 금고가 입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금융불안 속에서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려는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금고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일금고 루셀의 김태은 차장도 "불황으로 금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유층들의 전유물'에서 '하나쯤 갖고있을만한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금고를 찾는 소비자는 두 부류다.

증시불안,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마땅히 목돈을 불릴만한 수단이 없어 금고를 이용하는 고객층과 돈보다는 일기장, 연애편지, 집문서 등 개인적으로 소중한 물품을 보관하려는 고객층으로 나뉜다.

현재 현대백화점에 선보여진 루셀은 일반모델(132만원)과 고급모델(231만원)이 있다.
특히 고급모델은 유명 크리스탈 제조·회사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혀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칙칙한 색상, 투박한 본체, 큼직한 다이얼이 연상되던 과거의 금고는 온데간데 없다. 루셀은 블랙·와인 색깔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스트라이프, 꽃무늬, 크리스탈 장식 등을 입혀 겉으로 봐서는 기타 생활가전제품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또 다이얼 대신 디지털 잠금장치를 장착했다. 섭씨 1010도에서 1시간 동안 내부온도를 150℃ 이하로 유지할 수 있고, 움직이거나 충격을 주면 120db의 경보음이 작동된다. 크기는 1만원짜리 지폐를 약 2억원까지 넣을 수 있다.

루셀의 김태은 차장은 "금고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기 위해 제품의 콘셉트를 '인생의 보석상자', '인테리어 가구'로 잡았다"며 "소비자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용 인테리어 가구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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