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지난 11일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에 있는 평택기계공고 교정.학생들이 귀가하고 텅 비어있어야 할 학교가 몰려온 손님들로 가득 찼다.손님들을 마중하는 김윤배 교장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평택기계공고가 마이스터고교로 선정된 것을 축하하려는 시청 기업 등 지역 인사들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2일 선정한 12곳의 마이스터고에 평택기계공고가 자동차·기계 부문에 선정됐다.산업체와 연계한 교육으로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고급기술인력 양성하는 마이스터고로 이 학교가 선정된 것은 평택시 제조업 인구의 60.9%가 자동차·기계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평택기계공고는 마이스터고로 전환되면서 수요자 중심의 ‘산업 수요 맞춤형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학교는 기존 5개 학과를 산업체에서 필요한 4개 학과로 줄이고 교과 과정도 기업과의 협의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또 기아자동차,만도기계 등 8개 협약 산업체로부터 현장 근무경력이 20년 이상인 전문가 8명(학과별 2명)을 추천받아 산학겸임 교사로 채용할 방침이다.기존 교원에게는 매년 2회 관련 산업체에서 연수를 받도록 해 현장실무 능력을 배양하기로 했다.학생들은 산업체 관련 전문교과를 3년간 총 96시간,주당 16시간 듣게 될 뿐 아니라 강화된 외국어(영어 필수,중국어와 일본어 가운데 택1)교육을 받아야 한다.3학년 학생들은 매주 1일을 연계된 기업으로 출근해 현장 실습을 하거나 산학겸임 교사가 학교로 와서 지도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장명희 연구위원은 “전문가의 작업숙련도를 5로 가정하면 현재 전문대 졸업자의 숙련도는 3,전문계고 졸업자는 1”이라며 “마이스터고가 산업 수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면 작업 숙련도를 3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평택기계공고는 44개 산업체와 협약을 맺으면서 마이스터고 졸업자 채용에 관련해서도 협약서에 명시,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일부 업체와는 채용 규모까지 논의가 끝난 상태다.김 교장은 “학생들이 실제 산업체에 가서 오랫동안 실습을 받기 때문에 특별채용이 아닌 공개채용을 하는 기업에서도 면접이나 실기전형에서 상당히 유리하다”고 전했다.

평택 지역 산업체와 지자체도 ‘마이스터고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송명호 평택시장은 “평택에 위치한 쌍용차 공장 등의 생산능력이 타사에 비해 3분의 1 수준인데 예전부터 우수인력 육성에 힘을 썼다면 법정관리로 가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며 “마이스터고가 우수인력 양성에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한국가스안전공사 장재국 평택기지본부장도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보통 6개월에서 1년간 적응기간이 필요한데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고등학교 재학 당시 산업현장에서 실습하기 때문에 적응교육기간이 상당히 단축될 것”이라며 평택기계공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평택기계공고는 학생들이 특성화된 전문 교육뿐 아니라 졸업 후도 계속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김 교장은 한국기술교육대와 공주대 등 연계 대학의 교수들을 초빙해 수업을 하고 실습은 각자의 회사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평택기계공고는 내년 3월 마이스터고로의 재개교를 앞두고 시설 정비에 바쁘다.평택시로부터 37억원을 지원받아 최근 도서관과 어학실을 신축했다.480명 전원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도 내년 2월까지 신설할 계획이다.

사회 일부에서는 마이스터고 제도가 학생들을 단순한 노동인력으로만 생각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이에 대해 평택기계공고 김윤배 교장은 “학생 선발과정에서 학업성적보다 면접에 더 비중을 둬서 인성과 직업의식이 갖춰진 학생을 뽑을 것이며 선발 후에도 ‘독서왕 제도’ 등을 도입해 사회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키워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택=이요한 기자 dawnsh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