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기러기 팀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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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하나둘 춘신(春信)이 올라온다. 얼어붙었던 땅이 조금씩 녹으면서 어김없이 봄은 또 우리곁에 올 것이다. 봄이 되면 새로 나타나는 이웃도 많지만 조용히 떠나는 이웃들도 있다. 기러기도 그중 하나다. 그들은 차가운 북쪽으로 수천㎞ 이상 긴 비행을 하게 된다.
겨울 한철의 진객이지만 기러기는 예부터 우리 생활속에 깊숙이 자리잡아왔다. 혼례에도 빠질 수 없고 노년의 편안함을 희구하는 상징물로도 원용된다. 철따라 변함없이 오가니 믿음(信)의 존재요,이동 때는 서열에 맞춰 대형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질서 · 예(禮)를 갖췄고,한번 정한 짝과 평생을 함께 하니 절개(節)의 상징이며,무리중 보초를 세워 적의 공격을 알리니 지혜(智)의 덕까지 갖췄다고 설명한 옛 책도 있다.
현대의 조류학자들도 실증적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가장 튼튼한 수컷이 리더로 앞서는데 이 날갯짓이 기류에 양력을 만들어 준다는 내용도 있다. 이 바람에 뒤따르는 어린 기러기는 혼자 때보다 70% 이상 힘을 덜 들이고 수월하게 난다고 한다.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하면 다른 동료 둘이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 다시 날거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지키다 무리로 돌아간다는 탐구도 있다. 대형중 낙오가 나와도 그 빈자리는 그대로 둔채 긴 비행을 한다는 관찰은 주어진 구역을 지키며 직분을 다하는 것으로 해석될 만하다.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엊그제 공직 30년을 정리하는 이임사에서 기러기 얘기를 했다. "기러기떼가 이동할 때 모두 소리를 내는 것은 서로 힘을 북돋워주기 위한 치어업(cheer up · 격려)"이라며 "기러기의 지혜를 배우자"고 말했다. 이런저런 내용을 정리하면 기러기들의 생존원리는 팀워크가 아닌가 싶다. 서로 격려하고 보살피며 무리 전체의 안전을 높이는 공생법.배 감사위원이 이 시기 후배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이것이었는지 모르겠다.
봄은 오지만 마음속 혹한기는 지속되고 있다.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이나 신빈곤층 해소정책만 해도 실은 사회적 팀워크 다지기에 다름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모른다. 저들이 저 들녘 너머로 멀리 가기 전 기러기의 팀워크를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겨울 한철의 진객이지만 기러기는 예부터 우리 생활속에 깊숙이 자리잡아왔다. 혼례에도 빠질 수 없고 노년의 편안함을 희구하는 상징물로도 원용된다. 철따라 변함없이 오가니 믿음(信)의 존재요,이동 때는 서열에 맞춰 대형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질서 · 예(禮)를 갖췄고,한번 정한 짝과 평생을 함께 하니 절개(節)의 상징이며,무리중 보초를 세워 적의 공격을 알리니 지혜(智)의 덕까지 갖췄다고 설명한 옛 책도 있다.
현대의 조류학자들도 실증적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가장 튼튼한 수컷이 리더로 앞서는데 이 날갯짓이 기류에 양력을 만들어 준다는 내용도 있다. 이 바람에 뒤따르는 어린 기러기는 혼자 때보다 70% 이상 힘을 덜 들이고 수월하게 난다고 한다.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하면 다른 동료 둘이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 다시 날거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지키다 무리로 돌아간다는 탐구도 있다. 대형중 낙오가 나와도 그 빈자리는 그대로 둔채 긴 비행을 한다는 관찰은 주어진 구역을 지키며 직분을 다하는 것으로 해석될 만하다.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엊그제 공직 30년을 정리하는 이임사에서 기러기 얘기를 했다. "기러기떼가 이동할 때 모두 소리를 내는 것은 서로 힘을 북돋워주기 위한 치어업(cheer up · 격려)"이라며 "기러기의 지혜를 배우자"고 말했다. 이런저런 내용을 정리하면 기러기들의 생존원리는 팀워크가 아닌가 싶다. 서로 격려하고 보살피며 무리 전체의 안전을 높이는 공생법.배 감사위원이 이 시기 후배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이것이었는지 모르겠다.
봄은 오지만 마음속 혹한기는 지속되고 있다.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이나 신빈곤층 해소정책만 해도 실은 사회적 팀워크 다지기에 다름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모른다. 저들이 저 들녘 너머로 멀리 가기 전 기러기의 팀워크를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