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차를 따라잡고 싶다면서 앞차의 뒤꽁무니만 보고 달리면 안 됩니다. 추월하려면 차선을 바꿔야죠."

취임 석 달째로 접어든 최봉수 웅진씽크빅 대표(48)가 본사 인력 600명 중 12%에 이르는 70명을 '혁신전담 인력'으로 빼서 새 먹거리 발굴에만 집중하게 하는 파격적인 조직재편을 단행했다. 12일 경기 파주 웅진씽크빅 본사에서 만난 최 대표는 "새해 들어 60명으로 구성된 혁신 전담부서 '이노오션'팀을 조직했다"며 "이들은 기존에 하던 일 대신 1년 내내 혁신만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회원제 학습지로 유명한 웅진씽크빅은 이전에도 10명 규모의 경영혁신팀을 운영해 왔다. 새로 생긴 이노오션팀 60명과 합치면 모두 70명의 대규모 혁신팀이 조직된 셈이다. 기업 규모에 비해선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1년간 회사에서 꿈을 꾸고 모험하는 기회,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노오션팀에는 향후 3년 동안 매년 새로운 사람이 배치될 예정이다.

한 사람은 3개월 단위로 프로젝트 3~4가지를 진행하게 된다. 프로젝트 주제는 이노오션 팀원이 낸 주제 중에서 선정된다. 주제를 낸 사람은 프로젝트를 같이 할 팀원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3년이 지나면 모두 200명가량이 이노오션팀에서 '자유의 공기'를 맛보고 현업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이들이 마치 물에 떨어진 한방울의 잉크처럼 조직 전체의 색깔을 바꾸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하필이면 지금 같은 불황기에 이런 조직을 신설한 이유가 뭘까. "30년 전 세계 100대 기업 중 지금 남아 있는 것은 10여개밖에 없습니다. 특히 불황기에서 호황기로 접어드는 그 시점에 1등 기업과 3등 기업의 위치가 바뀝니다. 지금 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최 대표는 "기존 사업조직 안에서는 낼 수 없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업 영역을 제시하는 것이 이노오션팀의 임무"라고 말했다. "예컨대 기존 사업 담당자는 매출액이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고 취약부문인 초등 고학년 시장을 공략할 이유가 없었지만 혁신팀은 현업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초등 고학년 시장 공략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조직의 10%는 다음 먹거리를 찾아 공부를 해야 하니 꼬불쳐 둬야 한다는 게 경영 지론"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8.3% 증가한 85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영업이익 목표는 전년 대비 30% 늘어난 865억원이다. 그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은 반드시 혁신팀과 만나 소주를 마시겠다고 약속했다"며 웃었다.

김영사와 중앙M&B 등의 출판업계에서 일하다가 2005년 웅진씽크빅에 상무로 합류한 최 대표는 지난해 12월 총괄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는 웅진씽크빅의 출판 · 도서분야인 단행본사업본부 대표시절에 웅진씽크빅을 단행본 시장 3위에서 1위로 키우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글=이상은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