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2005년 두바이로 건너온 이라크 출신 함자 티아브씨(27)는 6주 전 일자리를 잃었다. 엔지니어인 그는 이달 말까지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두바이를 떠나야 한다.

워킹비자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그는 그전에 자동차 구입 때 은행에서 빌린 돈 1만2000여달러를 갚아야 한다.

#사례 2.몇 달 전부터 두바이 국제공항엔 주인 없이 방치된 차들이 늘고 있다. 빚더미에 쌓인 외국인들이 차를 버려두고 본국으로 달아났기 때문이다.

차 안에 한도가 소진된 신용카드를 버려두거나 자동차 앞 유리에 '미안합니다'라는 쪽지를 남긴 경우도 있다. 최근 이렇게 버려진 차들이 3000대가 넘는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사막의 신화'로 불리던 두바이가 휘청거리고 있다. 두바이 경제를 이끌어온 건설경기 침체로 부동산값이 폭락하고,감원철퇴를 맞은 외국인들이 줄줄이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두바이는 '사막의 신기루'로 변하고 있다.

13일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은 "한때 중동의 경제적 슈퍼파워로 각광받던 두바이 일부 지역은 유령마을이 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두바이가 비어간다…외국인들 '탈출 러시'
두바이는 외국 근로자들이 전체 인구(226만명)의 90%를 차지한다.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소비 지출이 줄고,빈 집이 늘어나고,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더 폭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매일 1500명의 워킹비자가 취소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엑소더스(대탈출)'로 올해 두바이 인구가 8%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6년간 붐을 이뤘던 부동산은 최근 2~3개월 동안 30% 폭락했다. 지난해 초 6109.67까지 치솟았던 두바이 증시는 12일 현재 1508.86으로 75% 폭락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주 두바이 국영회사 6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인들이 매물로 내놓은 고급차들이 넘쳐나면서 일부 중고차는 2개월 전보다 40%나 싼 값에 팔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늘 교통체증에 시달리던 두바이 도로도 한산해졌다. 심지어 두바이의 상징적 개발 프로젝트인 인공섬 '팜 주메이라'가 가라앉고 있으며,그곳 호텔의 수도꼭지에선 바퀴벌레만 나온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떠돈다.

지난해 가을만 해도 두바이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상대적인 안전지대로 여겨졌다. 그래서 뉴욕이나 런던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도 이곳으로 몰려왔다.

그러나 석유가 풍부한 다른 중동 국가들과 달리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두바이는 그동안 건설 금융 관광에만 의존해 급성장해 왔고,이 같은 성장모델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두바이 정부는 자존심을 꺾고 아랍에미리트(UAE) 7개 토호국 중 맏형격인 아부다비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부다비는 자국 은행들에만 구제금융을 지원했을 뿐 두바이의 요청은 모른 척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부다비가 두바이의 군기를 잡기 위해서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동 전문가인 영국 더햄대의 크리스토퍼 데이비슨 교수는 "아마도 아부다비가 이 기회에 자국 중심으로 토호국 연합체 아랍에미리트를 중앙 집권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