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결혼의 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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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남자 주인공은 헤어지자는 애인을 가로막고 묻는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답은 휴대폰 광고 문구가 대신한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결혼은 그 움직임을 붙들어매는 끈이다. 그러나 단단할 것 같던 매듭은 종종 풀어지거나 느슨해진다. 매듭이 헐거워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은 유효기간이 있다는데다 결혼이라는 게 각기 다른 별에서 왔다는 남녀의 만남인 동시에 사고와 환경 또한 판이한 가족과 가족의 결합인 까닭이다. 애당초 수많은 부대낌이 예정돼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결혼하면 미처 몰랐던 상대방의 습성과 행동 때문에 당황하기 일쑤다. 배우자 가정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생겨나는 불협화음도 적지 않다.
뿐이랴.출산과 양육은 결혼의 가장 큰 열매요 행복이지만 그것을 얻고 누리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비바람과 천둥 번개 또한 결코 만만하지 않다.
결혼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거나 간절히 원하던 일인데도 막상 예식날짜를 잡고 나면 갑자기 불안해지면서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부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의 일기는 이런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싶다.
"결혼의 장점은 아내가 평생의 동반자가 돼 주고 늙어서는 친구가 돼 준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면 집안에 음악과 여성의 잡담 소리가 듣기 좋게 울린다. 하지만 밤 늦게까지 독서할 수 없고,번거롭게 일가친척을 방문해야 하고,책이 아닌 아이들에게 돈을 써야 하는 것은 단점이다. "
결혼 생활이 힘든 건 남녀 모두 같거니와 요즘같은 맞벌이 시대엔 여성쪽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아이를 낳고 나면 일과 가정 사이에서 몸과 마음 모두 지치기 십상이다.
힘겹기는 남자도 다르지 않다. 가계를 책임져야 하고 아내의 눈치도 봐야 한다. 주말이면 가족 나들이도 나서야 하고 본가와 처가의 대소사를 살피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래도 결혼하는 건 다윈이 말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늙어 친구도 자식도 없이 주름진 얼굴을 홀로 바라봐야 하는 독신 생활은 도저히 할 수 없다. "
세상에 다 좋은 게 없기는 결혼도 마찬가지다.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사랑을 고백하는 이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결혼은 그 움직임을 붙들어매는 끈이다. 그러나 단단할 것 같던 매듭은 종종 풀어지거나 느슨해진다. 매듭이 헐거워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은 유효기간이 있다는데다 결혼이라는 게 각기 다른 별에서 왔다는 남녀의 만남인 동시에 사고와 환경 또한 판이한 가족과 가족의 결합인 까닭이다. 애당초 수많은 부대낌이 예정돼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결혼하면 미처 몰랐던 상대방의 습성과 행동 때문에 당황하기 일쑤다. 배우자 가정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생겨나는 불협화음도 적지 않다.
뿐이랴.출산과 양육은 결혼의 가장 큰 열매요 행복이지만 그것을 얻고 누리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비바람과 천둥 번개 또한 결코 만만하지 않다.
결혼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거나 간절히 원하던 일인데도 막상 예식날짜를 잡고 나면 갑자기 불안해지면서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부담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의 일기는 이런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싶다.
"결혼의 장점은 아내가 평생의 동반자가 돼 주고 늙어서는 친구가 돼 준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면 집안에 음악과 여성의 잡담 소리가 듣기 좋게 울린다. 하지만 밤 늦게까지 독서할 수 없고,번거롭게 일가친척을 방문해야 하고,책이 아닌 아이들에게 돈을 써야 하는 것은 단점이다. "
결혼 생활이 힘든 건 남녀 모두 같거니와 요즘같은 맞벌이 시대엔 여성쪽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아이를 낳고 나면 일과 가정 사이에서 몸과 마음 모두 지치기 십상이다.
힘겹기는 남자도 다르지 않다. 가계를 책임져야 하고 아내의 눈치도 봐야 한다. 주말이면 가족 나들이도 나서야 하고 본가와 처가의 대소사를 살피는 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래도 결혼하는 건 다윈이 말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늙어 친구도 자식도 없이 주름진 얼굴을 홀로 바라봐야 하는 독신 생활은 도저히 할 수 없다. "
세상에 다 좋은 게 없기는 결혼도 마찬가지다.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사랑을 고백하는 이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