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구제금융과 경기부양 대책을 연일 발표해도 증시가 꿈쩍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려면 미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나타나야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난 주말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관심은 미 경제가 언제 살아날지에 쏠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4분기 -3.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작년 9월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신용경색이 심화되고,소비시장이 급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경제는 내년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다이와종합연구소의 하라다 야스시 수석이코노미스트(상무)는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2월14일자)에 게재한 '미 경제회복 시나리오'에서 "미국은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을 겪지 않고 내년부터 플러스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각국에서 발생했던 금융위기를 분석한 결과다.

미국 경제에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재무부의 자본투입 정책,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과감한 금융완화 정책 등에 힘입어 금융위기가 이미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금융위기가 극복되고 원상태로 정상화된다 해도 주택 버블(거품) 붕괴의 영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에 빠진 것은 소비 부진이 가장 큰 배경으로 분석됐다. 미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소비는 지난해 3,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번 소비시장 침체는 주택 가격 폭락이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소비시장 축소는 미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물론 대미 수출에 의존해온 아시아 신흥국 등 많은 국가의 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주택 가격 폭락은 역자산 효과를 가져와 미국인들의 소비 부진을 불러왔다. 역자산 효과는 자산액 감소로 인해 미실현 손실이 보유자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줘 소비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말한다. 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가치가 구입액을 웃돌 경우 각종 금융상품을 활용해 대출이 용이해진다.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1달러의 자산가격 증감은 5센트 정도의 소비를 증감시킨다"는 결과가 나와있다.

따라서 미국 소비시장 회복을 점쳐보려면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선물은 2006년 6월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0년 11월까지 약 4년반 동안 37% 떨어졌다. 가계부문의 실질 주택 자산액은 2006년 6월 말 18조8000억달러에 달했다. 선물시장의 '예측'을 주택 자산액에 적용해 보면 약 7조달러가 감소했다. 이에 따른 소비에 대한 역자산 효과는 3500억달러(GDP의 2.5%) 규모다. 같은 기간 중 주식가격 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 역시 1700억달러(GDP의 1.2%)에 해당한다. 소비의 역자산 효과는 지난해 하반기에 본격화돼 앞으로 GDP의 3.7% 감소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미국의 실질 성장률은 평상시 연 3% 정도다. 만약 3.5%의 소비하락이 발생한다 해도 마이너스 성장은 1년 정도에 끝난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민들의 기대가 매우 높은 오바마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선 상태다.

정부 측은 경기부양책으로 향후 2년간 300만~400만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고,실업률은 현재보다 2.0%포인트 정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국민의 95%에 해당하는 근로자 세대에 1000달러 정도의 혜택을 주는 감세 조치도 소비시장 회복에 기여할 전망이다.

지난 11일 미 의회는 789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최종 확정했다. 미 GDP의 6% 수준으로,GDP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라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지만 미국의 경우 올 하반기 접어들면 전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