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와 고용 불안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용산참사 연쇄살인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잠 못 드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면클리닉에 불면증 환자가 몰리고 관련 치료제와 수면 유도 상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등 '수면경제'가 커지고 있다.

15일 병원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모키수면센터는 경기불황이 본격화한 지난해 9월 이전에는 신규 불면증 환자가 하루 한 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3~6명 수준으로 늘었다.

고려대 안산병원의 수면호흡장애센터도 지난해 5~8월 월 평균 176명의 환자가 방문했지만 같은 해 9~12월에는 203명으로 15.3% 증가했다.

이 센터의 신철 교수는 "공단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 특성상 고용 불안과 이에 따른 스트레스 및 가정불화,침체된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우울증 등으로 인해 불면증이 생긴 환자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강남 부유층이 많이 찾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윤대현 정신과 교수는 "최근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 하락과 매출 감소에 따른 불안감을 토로하는 불면증 환자의 비중이 늘고 있다"며 "상담환자 가운데 남성은 약 절반이,여성은 3분의 1가량이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면장애는 누구나 쉽게 겪는 문제인데다 약물치료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남에게 감추고 싶은 다른 정신질환과 달리 많은 환자가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수면제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 시장은 2007년 170억원대에서 지난해 210억원대로 23.5%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3년간 주요 상장 제약사의 전체 매출이 평균 15%가량 성장한 것보다도 높은 수치다.

가장 많이 처방되는 졸피뎀 성분은 오리지널 의약품인 사노피아벤티스의 '스틸녹스' 및 '스틸녹스 서방형'이 지난해 92억원어치 이상 팔렸고 2006년 이후 8개의 복제의약품이 출시되는 등 제약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 수면제 시장에선 한미약품이 지난해 7월 반감기(길수록 잠에서 깨어난 후 정신이 몽롱한 상태가 오래 감)를 기존 10시간에서 2.4시간으로 줄이고 1회 복용 약값도 100원에서 500원으로 높인 디펜하이드라민 성분의 '슬리펠'을 내놓고 반년 만에 약 7억원의 매출을 창출하는 선전을 거뒀다.

수면 관련 상품도 인기다. 인터넷 건강상품 쇼핑몰인 닥터메디에 따르면 자귀나무 꽃잎 말린 것을 넣은 숙면유도 베개가 지난해 보름에 한 개꼴에서 최근에는 하루에 2~3개 정도 팔리고 있다. 수면안대도 비슷한 수준.편안한 잠자리를 돕는 기능성 베개 · 이불 · 매트리스 등을 판매하는 트윈세이버도 매출이 지난해 3분기 10억원에서 4분기 13억원으로 30%나 늘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