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여파로 경쟁업체들이 줄줄이 부도나는 상황에서 혼자 발로 뛰어 지난 한 해 동안 31억원어치의 의류를 판매한 사람이 있다. 이명균 LG패션 법인영업팀 과장(35 · 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매장에서 옷을 파는 게 아니라 기업에 근무복 체육복 등 단체복을 납품해 한 달 평균 2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백화점에서 가장 잘 나가는 매장의 한 달 매출(2억~3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걸어다니는 의류매장'으로 통하는 이 과장은 1998년 판매사원으로 LG패션에 입사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LG패션 청담동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그는 "대학 전공은 전자공학이지만 취업난이 심했던 외환위기 시절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매장에서 7년간 일하면서 고객별 응대법은 물론 의류상품 정보까지 줄줄이 꿸수 있었다. 이후 2005년 LG패션이 신설한 법인영업팀으로 옮겼다. 매장에서 쌓아온 탄탄한 경력 덕분에 법인영업을 뛴 첫해 8억원,2년차 16억원,3년차 21억원에 이어 4년차인 지난해 31억원으로 거침없는 실적을 쌓았다. 이에 따라 연봉도 부장급 수준으로 올랐다.

좋은 실적을 거둔 비결에 대해 묻자 이 과장은 '세심하고 꾸준한 관리'를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관리대상 50여개 업체 가운데 3~4곳을 매일 찾는다. 또 아침신문을 꼼꼼히 챙겨 읽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기업 정보를 수집하며 새로운 납품처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기존 납품업체 관련 기사가 나오면 즉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세심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의류 납품계약은 보통 연간 단위로 이뤄지므로 그의 실적은 매년 제로(0) 베이스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꼼꼼한 관리 덕에 매년 계약 연장으로 이어지는 업체들이 많다. 그의 계약 성공률은 80% 수준.

그는 자신만의 '협상 기술'도 소개했다. 새로 맡게 된 업체의 담당자와는 무조건 20분 이상 대화를 이끈다. 이 때 정작 꺼내야 하는 영업 얘기는 마지막 5분만 간단히 한다. 이 과장은 "단 한번의 만남에서 장사꾼 이미지보다 친밀감을 형성하는 게 급선무"라며 "3~4번 이상 통화 시도 끝에 어렵사리 잡은 미팅기회지만 처음 만날 때는 절대로 먼저 일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여러 업체에서 귀동냥으로 얻은 정보를 풀어내면서 담당자들과 인간적 친분을 쌓는 데 주력한다. 그는 "이렇게 친밀감을 쌓아두면 대부분 며칠 뒤 담당자한테서 연락이 온다"며 "심지어는 경쟁입찰이 단독입찰로 바뀌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그의 휴대폰은 쉴 틈 없이 울려댔다. 이 과장은 "올해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피복비 예산을 많이 줄여 의류 판매가 지난해보다 훨씬 어려울 전망이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목표는 꼭 지키고 싶다"며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4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