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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재 칼럼] GM, 100년 기업의 탄생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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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경제교육연구소장 jkj@hankyung.com
    낡은 기업 죽이는 경제공황은
    새생명 만드는 에너지 축적과정
    GM이 파산신청을 검토한다고 한다. 1908년에 설립되었으니 꼭 100년 만의 일이다. '제너럴'이라는 상호를 붙인 것은 당시의 유행이기도 했다. 발명왕 에디슨과 화학거부 듀폰에 뿌리를 대고 있는 GE도 제너럴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당시로서는 '현대 문명의 총화'라는 뜻이었다. 너도나도 제너럴이라는 상호를 자신의 기업에 갖다 붙였다. 시대정신의 축약이었다.

    기업의 역사는 곧 근대화의 궤적이다. 기업 없이 근대화를 논할 수 없고, 국가 총력전 체제였던 1,2차 세계대전을 언급할 수 없고, 오늘의 고도 산업사회를 분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에디슨이 전구라는 희한한 물건을 만들어 필라델피아 박람회의 밤을 밝힌 것은 1776년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지 꼭 100년 만의 일이었다. 미국은 사실 가장 오래된 근대국가요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기 산업 국가다. 우리는 종종 민족들의 고대신화에 매몰되면서 미국이 그처럼 오래된 근대국가라는 사실을 잊어 먹곤 하지만 기실 미국은 대혁명기 프랑스를 앞서는 최초의 근대 국가다. 에디슨이 톰슨 휴스톤이라는 회사와 합병하면서 GE를 설립한 1892년은 19세기 마지막 대공황이 아직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매고 있을 때다. 장기간에 걸쳐 물가가 하락하는 거대 디플레이션 시대에 태어난 것이 GE다.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을 내면서 가진 자를 공격하고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을 쓰면서 자본가들에게 맹렬한 폭격을 퍼붓던 시기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의 거대기업들은 대체로 이 시기에 탄생했다. 창업과 합병의 물결이 도처에 흘러넘치고 경제는 해일처럼 솟았다 내리꽂히기를 반복하던, 그래서 경영의 바다에는 천지창조기의 대양을 방불하는 뜨거운 열기와 혼돈, 삶과 죽음이 뒤엉켜 원시적 에너지를 뿜어내던 시절이었다. GM의 창업자인 윌 듀런트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뷰익 올즈모빌 캐딜락 등 호화브랜드들은 모두 듀런트가 직접 만들거나 인수한 기업의 이름들이다. 인수 · 합병의 천재요 증권시장을 귀신처럼 다루었지만 결국 방만한 경영으로 경영권을 빼앗기고 말년을 가난과 고독 속에 살았다. 듀런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한국의 김우중 회장을 생각할 정도로 두 사람은 닮아 있다. 김우중 회장 시절 그 GM이 겁없이 세계로 돌진하던 대우자동차와 멱살잡이를 하고 IMF를 계기로 결국 대우차를 인수하는 과정도 운명적이다.

    이제 자동차의 역사를 써왔던 주역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군산복합체를 비판하면서 "GM에 좋은 것이 곧 미국에 좋은 것이었다"고 비아냥댔던 것은 1961년이었다. 2차 대전 총력전 체제의 총화가 바로 자동차산업이었다는 고백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자는 캠페인을 채 펼쳐보이기도 전에 이제 GM은 서둘러 역사의 장막 뒤로 은퇴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노조와 최고의 복지제도 역시 이 회사의 몰락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고 보면 자본주의의 역사란 실로 기묘한 모순덩어리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기업의 죽음만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큰 위기는 거대한 탄생도 만들어 내는 것이어서 혼돈의 에너지를 누가 어떻게 축적하느냐로 승패는 갈라지게 된다. 미국의 기업들 자신이 바로 구대륙을 무너뜨렸던 대공황의 부침 속에서 태어나 자라왔다. 돌아보면 큰 위기는 언제나 큰 기회였다. 석유파동 등 1970년대 공황기에 태어나 몸을 일으킨 기업들이 바로 한국의 대기업들이다. 그러니 GM의 죽음을 길게 애도할 이유는 없다. 이번 위기 역시 새로운 강자의 탄생을 만들어 내고 세계 경제의 권력 지형을 재편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GM은 또한 죽는 것이다. 죽음은 생명의 시작이다. 한국의 누가, 어떤 기업이 이 생명의 바통을 받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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