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들(Kindle)이 전자책(e-book) 시장 경쟁에 더 큰 불을 붙이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새로운 전자책 단말기인 새 모델 '킨들2'를 내놓았다. 아마존 외에도 구글 등 많은 업체들이 전자책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종이 중심의 읽기 문화가 이제 전자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홈페이지(amazon.com)에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의 편지를 게재해 네티즌들에게 킨들2의 탄생을 알린 뒤 9일 뉴욕의 모건도서관에서 킨들2의 발표회를 열었다. 무선으로 책을 구매하고 내려받아 읽을 수 있는 기기인 '킨들'의 첫 모델을 발표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지 1년3개월 만에 새 모델을 발표한 것이다.

보기 좋고 쓰기 편하고

공개 전까지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던 '킨들2'는 아마존이 디자인을 개선하고 이용을 보다 편하게 하는데 집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킨들2의 두께는 기존 0.8인치에서 0.4인치(0.9㎝)로 훨씬 얇아졌다. 가장 얇은 잡지 크기인 셈이다. 회사 측은 "애플의 3G 아이폰보다도 25% 더 얇다"고 강조했다. 투박한 모양새로 일부 네티즌의 지적을 받았던 첫 번째 킨들보다 더욱 세련돼졌다는 평가다.

킨들2에서 가장 큰 기능적 변화는 텍스트를 읽어주는 '오디오북' 기능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책이나 신문 등 다양한 콘텐츠의 문자를 자동으로 읽어주는 이 기능은 뉘앙스라는 업체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했다. 컴퓨터 목소리라는 점을 감안하면,상대적으로 듣기 편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베조스 CEO는 편지에서 "책과 신문 그리고 잡지는 물론 블로그까지 '킨들'로 읽거나 들을 수 있다"며 "아마존의 꿈은 앞으로 모든 언어로 된 모든 책을 60초 안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약간은 답답했을 수도 있는 페이지 전환이 기존 모델보다 20% 빨라져 이용자들이 더욱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4단계였던 흑백 표현 수준도 16단계로 늘어나 더 선명하고 정교한 화면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킨들2는 메모리를 7배나 늘리면서 킨들 하나에 1500권에 달하는 책의 내용을 담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유비쿼터스' 킨들

킨들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콘텐츠를 읽을 수 있다는 편리함을 갖고있다. 아마존은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와 제휴를 맺고 이동통신망을 통해 킨들로 콘텐츠를 보내준다. 집에서는 물론이고 달리는 버스 안이나 길거리,심지어는 해변가에서 휴가를 즐기다가도 원하는 책이나 신문을 바로 받아볼 수 있다. 모든 콘텐츠는 전송요금을 따로 받지 않는다.

킨들은 매일 새벽 4시에 고객이 구독하는 신문들을 자동으로 내려받는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31개 신문과 뉴스위크 등 22개 잡지가 킨들을 통해 배포되고 있다. 월 구독료는 신문이 6달러에서 15달러,잡지는 1.25달러에서 3.50달러다. 종이 신문의 미래 대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마존은 23만권의 전자책을 제공한다. 서점에서 구입하면 26달러인 소설책 '러시 라이프'를 킨들로는 9.99달러에 받아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은 4.99달러에 불과하다. 첫 번째 챕터를 무료로 미리 보고 마음에 들면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아마존의 목표는 출판계의 애플이 되려는 것"이라며 "애플이 아이팟을 출시해 디지털 음원판매사이트인 아이튠스토어(iTune Store)를 통해 음악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전자책 시장의 지배자가 되고 싶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속도 붙는 전자책 시장

전자책 콘텐츠 시장에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아마존에 구글이 최대 적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구글은 미국 작가조합 및 출판사업자협회와 3년 동안 끌어왔던 저작권 분쟁을 극적으로 종결하고 책 요약본을 스캐닝해 온라인으로 제공키로 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특히 구글은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휴대폰에 이 요약본을 제공하고 책 판매에 곧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3G 무선망이나 와이파이(WiFi)를 이용해 전자책 다운로드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킨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단말기 시장에서 차세대 고성능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세이코엡손은 화면 크기가 6.7인치로 킨들(6인치)보다 크고 해상도도 두 배(1200×1600)나 선명한 전자책 단말기 시제품을 내놓고 상용화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아이렉스가 출시한 '일리아드(iLiad)'는 8.1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을 장착해 사용자가 책을 읽으면서 화면에 마음대로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할 수 있다. 폴리머비전의 '리디어스(Readius)'는 유리 대신 매우 얇은 플라스틱 패널로 화면을 만들어 돌돌 말아서 갖고 다닐 수 있다. 5인치 크기의 화면을 접었을 때는 휴대폰 크기이지만 펼치면 킨들과 비슷한 크기의 화면을 이용할 수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사내 벤처인 플라스틱로직은 내년에 타블로이드 신문 크기이면서도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