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美ㆍ佛의 굴욕과 '08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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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재정지출 확대와 신축적인 환율로 옮겨가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환영한다. "
지난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폐막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담의 공동성명 중 한 구절이 눈길을 끌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위안화 환율의 저평가를 유도하고 있는 중국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우다시피 하던 G7이 정반대의 표현을 쓴 데 대해 잠시 어리둥절했다.
G7이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꾼 이유는 뭘까. 아마도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해선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인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환보유액과 가장 큰 시장을 가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가 "미 국채 매입은 투자가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직격탄에 혼쭐이 난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아예 꼬리를 바짝 내렸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오늘날 국제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을 공공연히 찬양하기도 했다.
중국으로부터 굴욕(?)을 당한 압권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을 강행했다가 중국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의 지난달 유럽순방에서 프랑스가 빠졌음은 물론 에어버스 구매 등 각종 계약도 취소당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파리에서 발행되는 중국어신문에 '중 · 불 우정 만세'라는 기고문을 실으며 중국에 구애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위상을 이처럼 한껏 높여놨고,중국은 자신을 열등국가로 취급하는 서방에 대해 당당히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평소 신중한 언행으로 정평이 나있던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지난 11일 멕시코 방문길에서 "서방은 중국에 간섭말라"며 강경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중국의 비밀스런 화두로 최근 떠오르고 있는 게 '08헌장'이다. 중국의 지식인 303인이 공동 발표한 이 성명서는 '공산당 일당독재의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현 중국은 인민공화국이 아닌 당의 국가라고 비판하고,언론 출판 집회결사의 자유를 달라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12월 '08헌장'이 공포되고 인터넷에서 동참 서명을 받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8000명 가까운 이름이 올라왔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사이트 일제 검열 및 폐지와 관련 인사들의 연행으로 서명운동은 확산되지 못했지만 금기어가 된 '08헌장'이 주는 충격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 권력지도는 중국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섞이며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서방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중국으로선 이제 권력의 단맛을 즐길 준비가 돼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맛에 취해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무시하고,배타적 길을 고집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지도부는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자칫 패권주의로 흐른다면 세계로서는 큰 불행일 것이다.
지난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폐막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 중앙은행총재 회담의 공동성명 중 한 구절이 눈길을 끌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위안화 환율의 저평가를 유도하고 있는 중국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우다시피 하던 G7이 정반대의 표현을 쓴 데 대해 잠시 어리둥절했다.
G7이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꾼 이유는 뭘까. 아마도 세계 경제의 회복을 위해선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인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환보유액과 가장 큰 시장을 가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가 "미 국채 매입은 투자가치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직격탄에 혼쭐이 난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아예 꼬리를 바짝 내렸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오늘날 국제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을 공공연히 찬양하기도 했다.
중국으로부터 굴욕(?)을 당한 압권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의 면담을 강행했다가 중국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의 지난달 유럽순방에서 프랑스가 빠졌음은 물론 에어버스 구매 등 각종 계약도 취소당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파리에서 발행되는 중국어신문에 '중 · 불 우정 만세'라는 기고문을 실으며 중국에 구애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위상을 이처럼 한껏 높여놨고,중국은 자신을 열등국가로 취급하는 서방에 대해 당당히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평소 신중한 언행으로 정평이 나있던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지난 11일 멕시코 방문길에서 "서방은 중국에 간섭말라"며 강경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중국의 비밀스런 화두로 최근 떠오르고 있는 게 '08헌장'이다. 중국의 지식인 303인이 공동 발표한 이 성명서는 '공산당 일당독재의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현 중국은 인민공화국이 아닌 당의 국가라고 비판하고,언론 출판 집회결사의 자유를 달라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 12월 '08헌장'이 공포되고 인터넷에서 동참 서명을 받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8000명 가까운 이름이 올라왔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사이트 일제 검열 및 폐지와 관련 인사들의 연행으로 서명운동은 확산되지 못했지만 금기어가 된 '08헌장'이 주는 충격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 권력지도는 중국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섞이며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서방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중국으로선 이제 권력의 단맛을 즐길 준비가 돼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맛에 취해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를 무시하고,배타적 길을 고집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지도부는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자칫 패권주의로 흐른다면 세계로서는 큰 불행일 것이다.